[특파원칼럼/김기용]中 코로나19 방역과 디지털 통제의 부정적 결합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2022. 11.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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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이고 강력한 중국 방역 정책이 긍정적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중국 정부도 서방 세계의 코로나19 혼란 상황을 지켜보며 "민주주의 민낯이 드러났다. 중국식 사회주의가 더 우월하다"고 체제 선전에 열을 올렸다.
코로나19 확진자를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3년째 시행하는 중국은 이제 처음과는 반대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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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명분으로 완벽한 통제시스템 구축
팝업창 하나로 14억 일상 중단도 가능
팝업창 하나로 14억 일상 중단도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이고 강력한 중국 방역 정책이 긍정적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2020년, 2021년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떨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했고 마스크 하나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 직장인은 재택근무, 학생은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다. 단체 모임은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괜찮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일부 지역에서만 가혹할 정도의 봉쇄와 격리 조치가 있었지만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용인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회식도 가능했고 퇴근 후 체육관에서 운동도 할 수 있었으며 학생들은 대부분 등교해서 수업을 들었다. 한국의 지인들이 “밤늦게까지 회식할 수 있느냐”고 부러워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국가 재난급 위기 상황이라면 중국공산당처럼 무자비할 정도로 강력하게 통제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서방 세계의 코로나19 혼란 상황을 지켜보며 “민주주의 민낯이 드러났다. 중국식 사회주의가 더 우월하다”고 체제 선전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환상이 무너지는 데는 2년이면 충분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3년째 시행하는 중국은 이제 처음과는 반대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방역을 명분으로 한 ‘디지털 통제’가 최고 수위에 올랐다. 거의 모든 사람이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통해 누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어디에 다녀왔는지를 일일이 확인한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밀접접촉자 단순접촉자 외에도 시공동반자(時空伴隨者)를 찾아낸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시공동반자라는 용어는 코로나19 확진자와 800m² 내에서 10분 이상 동시에 머물렀거나, 확진자가 발생한 고위험 지역에 14일 이내 30시간 이상 머무른 사람을 가리킨다.
순식간에 이들을 찾아내 휴대전화에 ‘탄촹(彈窓)’을 띄운다. 휴대전화 팝업창을 뜻하는 말인 탄촹이 뜨면 비행기 기차 버스 택시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또 모든 건물에 들어갈 수도 없다.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일상이 모두 중단되는 것이다. 예고 없이 뜨는 탄촹은 중국에서 봉쇄와 격리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집 근처에 있을 때 탄촹이 뜨면 그나마 다행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베이징을 벗어난 지역에서 탄촹이 뜨면 사실상 유배나 다름없다. 한 달 이상 집에 못 가는 경우도 많다. 최근 중국 남부 허난성 정저우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10시간 이상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간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중국에서는 코로나19가 아니라 탄촹이 더 무서운 상황이 돼 버렸다. 인구 약 2200만 베이징에 확진자가 50여 명 발생한 6일 곳곳이 봉쇄되거나 폐쇄되고 수많은 시민에게 탄촹이 뜨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같은 날 인구 약 1000만 서울에서는 확진자가 7000여 명 나왔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일상이 망가진 주민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구축한 디지털 시민 통제 수단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탄촹이 중국에서 일상이 되면서 개인의 삶은 점점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중국은 괜찮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일부 지역에서만 가혹할 정도의 봉쇄와 격리 조치가 있었지만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용인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회식도 가능했고 퇴근 후 체육관에서 운동도 할 수 있었으며 학생들은 대부분 등교해서 수업을 들었다. 한국의 지인들이 “밤늦게까지 회식할 수 있느냐”고 부러워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국가 재난급 위기 상황이라면 중국공산당처럼 무자비할 정도로 강력하게 통제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서방 세계의 코로나19 혼란 상황을 지켜보며 “민주주의 민낯이 드러났다. 중국식 사회주의가 더 우월하다”고 체제 선전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환상이 무너지는 데는 2년이면 충분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3년째 시행하는 중국은 이제 처음과는 반대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방역을 명분으로 한 ‘디지털 통제’가 최고 수위에 올랐다. 거의 모든 사람이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통해 누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어디에 다녀왔는지를 일일이 확인한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밀접접촉자 단순접촉자 외에도 시공동반자(時空伴隨者)를 찾아낸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시공동반자라는 용어는 코로나19 확진자와 800m² 내에서 10분 이상 동시에 머물렀거나, 확진자가 발생한 고위험 지역에 14일 이내 30시간 이상 머무른 사람을 가리킨다.
순식간에 이들을 찾아내 휴대전화에 ‘탄촹(彈窓)’을 띄운다. 휴대전화 팝업창을 뜻하는 말인 탄촹이 뜨면 비행기 기차 버스 택시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또 모든 건물에 들어갈 수도 없다.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일상이 모두 중단되는 것이다. 예고 없이 뜨는 탄촹은 중국에서 봉쇄와 격리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집 근처에 있을 때 탄촹이 뜨면 그나마 다행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베이징을 벗어난 지역에서 탄촹이 뜨면 사실상 유배나 다름없다. 한 달 이상 집에 못 가는 경우도 많다. 최근 중국 남부 허난성 정저우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10시간 이상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간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중국에서는 코로나19가 아니라 탄촹이 더 무서운 상황이 돼 버렸다. 인구 약 2200만 베이징에 확진자가 50여 명 발생한 6일 곳곳이 봉쇄되거나 폐쇄되고 수많은 시민에게 탄촹이 뜨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같은 날 인구 약 1000만 서울에서는 확진자가 7000여 명 나왔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일상이 망가진 주민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구축한 디지털 시민 통제 수단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탄촹이 중국에서 일상이 되면서 개인의 삶은 점점 무기력해진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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