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태원 참사 막으려면 재난응급의료 개선해야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2022. 11. 11. 03:03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국내 재난응급의료체계를 다시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재난이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재난응급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참사는 응급대처가 늦었다. 환자 이송도 우왕좌왕했다. 심지어 참사 현장 인근에 위치한 순천향대병원에 시신을 포함해 70, 80명의 사상자들이 몰려 일시적인 마비가 일어나기도 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선 가장 먼저 소방서장을 단장으로 하는 ‘현장통제단’이 대응을 한다. 또 현장통제단 산하엔 보건소장이 총괄하는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해 응급 환자에 대한 분류, 이송, 처치를 한다. 그리고 재난 현장과 가까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재난응급의료팀(DMAT)이 중앙응급의료센터 지령에 따라 출동한다. DMAT는 현장응급의료소에 합류해 진료를 본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의료진 대응을 시간대로 살펴보자. 참사가 발생한 뒤 가장 먼저 도착한 의료진은 서울대병원 DMAT다. 이들은 오후 11시 20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반이 오후 11시 29분에 도착했다. 현장응급의료소장인 용산구보건소장의 현장 도착 시간은 오후 11시 30분이었다.
의료 관계자들의 현장 도착 시간은 늦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현장에 응급의료소가 설치되기 시작한 시간은 밤 12시 9분이었다. 현장응급의료소가 제대로 운영된 시간은 밤 1시경이었다. 현장응급의료소가 가장 먼저 만들어져야 환자의 중증도 분류가 되고, 이에 따른 이송 여부, 처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작동이 참사 당시 제대로 안 됐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를 통해 향후 재난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재난 현장에서 재난 대처 경험이 전무한 보건소장이 현장응급의료소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면 앞으로도 재난 상황에서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장에 출동한 DMAT에서 재난 경험이 많은 의사가 현장응급의료소장을 맡아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보건소장에게는 현장 재난응급의료 지원 및 행정 업무를 맡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번처럼 10여 곳에서 DMAT가 출동한다면 그 가운데 가장 경험이 많고 재난 응급의료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현장에서 ‘전체 의료 팀장’을 맡아 의료적 통제를 해야 중복과 혼란이 없을 것이다.
또 중요한 게 있다. 이번 기회에 119구급대원의 전문응급처치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응급구조사인 119구급대원은 현행 응급의료법상 인공호흡과 수액 투여 등 14가지 응급처치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다른 중요 응급처치들인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심정지 및 쇼크 치료제) 투약 △흉통 환자에게 12유도 심전도 측정 △중증 외상 환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진통제) 투약 △응급 분만 시 탯줄 결찰 및 절단 등의 행위를 119구급대원은 현장에서 할 수 없다.
이러한 전문 응급처치를 119구급대원들이 의사의 지도를 받아 할 수 있도록 만든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9년 이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잠들어 있다.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재난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또 재난 현장에서 소방과 보건소의 협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현재는 현장통제단장, 현장응급의료소장이 각기 법률에 규정된 대로 작동하고 있으나, 원활한 협력과 협조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도 소방 따로, 보건소 따로, DMAT 따로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현장응급의료소로 이송된 환자만 현장응급의료소에서 보고 있고, 그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은 소방에서 알아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많았다”고 말했다.
재난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현장의 응급진료소에서 환자 분류 처치 이송 업무 등을 지휘하고 임시안치소를 설치해야 하는 보건소장의 역할 부족, 윗사람들의 재난 인지 및 소명의식 부족 등은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다. 소방 119구급대원(1급 응급구조사 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대, 현장에서 DMAT를 총괄 지휘할 능력 있는 팀 중심 지휘체계 만들기 등도 앞으로 있을 재난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선 가장 먼저 소방서장을 단장으로 하는 ‘현장통제단’이 대응을 한다. 또 현장통제단 산하엔 보건소장이 총괄하는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해 응급 환자에 대한 분류, 이송, 처치를 한다. 그리고 재난 현장과 가까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재난응급의료팀(DMAT)이 중앙응급의료센터 지령에 따라 출동한다. DMAT는 현장응급의료소에 합류해 진료를 본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의료진 대응을 시간대로 살펴보자. 참사가 발생한 뒤 가장 먼저 도착한 의료진은 서울대병원 DMAT다. 이들은 오후 11시 20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반이 오후 11시 29분에 도착했다. 현장응급의료소장인 용산구보건소장의 현장 도착 시간은 오후 11시 30분이었다.
의료 관계자들의 현장 도착 시간은 늦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현장에 응급의료소가 설치되기 시작한 시간은 밤 12시 9분이었다. 현장응급의료소가 제대로 운영된 시간은 밤 1시경이었다. 현장응급의료소가 가장 먼저 만들어져야 환자의 중증도 분류가 되고, 이에 따른 이송 여부, 처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작동이 참사 당시 제대로 안 됐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를 통해 향후 재난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재난 현장에서 재난 대처 경험이 전무한 보건소장이 현장응급의료소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면 앞으로도 재난 상황에서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장에 출동한 DMAT에서 재난 경험이 많은 의사가 현장응급의료소장을 맡아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보건소장에게는 현장 재난응급의료 지원 및 행정 업무를 맡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번처럼 10여 곳에서 DMAT가 출동한다면 그 가운데 가장 경험이 많고 재난 응급의료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현장에서 ‘전체 의료 팀장’을 맡아 의료적 통제를 해야 중복과 혼란이 없을 것이다.
또 중요한 게 있다. 이번 기회에 119구급대원의 전문응급처치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응급구조사인 119구급대원은 현행 응급의료법상 인공호흡과 수액 투여 등 14가지 응급처치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다른 중요 응급처치들인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심정지 및 쇼크 치료제) 투약 △흉통 환자에게 12유도 심전도 측정 △중증 외상 환자에게 아세트아미노펜(진통제) 투약 △응급 분만 시 탯줄 결찰 및 절단 등의 행위를 119구급대원은 현장에서 할 수 없다.
이러한 전문 응급처치를 119구급대원들이 의사의 지도를 받아 할 수 있도록 만든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9년 이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잠들어 있다.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재난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또 재난 현장에서 소방과 보건소의 협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현재는 현장통제단장, 현장응급의료소장이 각기 법률에 규정된 대로 작동하고 있으나, 원활한 협력과 협조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도 소방 따로, 보건소 따로, DMAT 따로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현장응급의료소로 이송된 환자만 현장응급의료소에서 보고 있고, 그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은 소방에서 알아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많았다”고 말했다.
재난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현장의 응급진료소에서 환자 분류 처치 이송 업무 등을 지휘하고 임시안치소를 설치해야 하는 보건소장의 역할 부족, 윗사람들의 재난 인지 및 소명의식 부족 등은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다. 소방 119구급대원(1급 응급구조사 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대, 현장에서 DMAT를 총괄 지휘할 능력 있는 팀 중심 지휘체계 만들기 등도 앞으로 있을 재난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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