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모인 한일 영화인들의 ‘동상동몽’[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2022. 11. 11. 03:02
최근 몇 년 새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이어 왔던 한일 교류가 한동안 침체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런 교류가 조금씩 살아나는 듯하다. 지난달 막을 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도 그런 자리였다.
올해 영화제에는 오랜만에 일본에서도 감독, 배우 등 여러 영화인이 찾아와 반가웠다. 나도 영화제 현장을 방문해 일본에서 온 지인들과 영화 정보를 교환하고, 해운대에서 같이 술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영화가 양국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일본의 거장 감독들이 최근 한국에서 연출한 작품을 상영하며, 출연한 한국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거장이다. 올해 5월엔 ‘브로커’로 송강호 배우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기는 성과를 거뒀다.
장르영화의 귀재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시리즈물 ‘커넥트’로 한국의 젊은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등과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올 영화제에서 OTT 드라마가 영화의 확장된 흐름으로 소개되며 상영됐다.
환갑을 넘긴 두 베테랑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함께 새롭게 도전한 모습은 놀라웠다.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어려운 시기였기에 오히려 이런 작품들이 현실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의 힘’과 ‘영화제의 역할’을 재확인했다.
특히 고레에다 감독은 특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지석’에서 2017년 5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며 수석프로그래머였던 김지석 선생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모습으로 한국과의 깊은 인연과 애정을 보여줬다. 일본 영화 제작 환경 개선에 앞장서며 한국 영화계의 사례를 참고하려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 주최로 열린 ‘스페셜 토크: 한일 영화인 대화’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영화인 4명을 패널로 초대해 한일 합작영화의 현장과 미래를 놓고 뜨겁게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는 “오랫동안 일본 영화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주고 싶어 일본 영화의 소개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정치적인 분위기와 일본 영화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이미지가 겹쳐, 전체 관객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치는 상업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한 가운데 소극장(미니시어터)을 지키기 위해 2020년 일본에서 일어난 ‘세이브 더 시네마’ 운동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세이브 아우어 시네마’ 운동이 일어났다. 온라인을 통해 서로를 북돋우며 한국과 일본 영화인이 돈독해지고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 촬영현장을 직접 경험한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교본을 보듯 그 현장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또 “한일 양국이 서로의 상황을 참고해 영화계 노동 환경 개선 문제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벼랑 끝의 남매’는 이번 영화제의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 상영됐다. 나는 그의 ‘벼랑 끝의 남매’와 ‘실종’을 보고 그의 영화에 자양분이 됐다는 배움이 무엇인지 이해되면서 향후 양국 간 교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미니시어터 이미지포럼의 도마야마 가쓰에 대표는 “앞으로도 많은 한국 영화를 일본에서 상영하겠다”며 “현 시대를 개척하는 용감한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한국 영화인들을 응원했다.
한일 영화계에는 여전히 어렵고 힘든 부분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한국 정치권에서는 잊을 만하면 친일 논란 이슈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제에서 만난 한일 영화인들은 정치나 사회적 편견에 얽매이기는커녕 오히려 이런 편견에 맞서려 하고 있다. 요 몇 년간 갈수록 멀게 느껴지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영화라는 문화를 매개로 한다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올해 영화제에는 오랜만에 일본에서도 감독, 배우 등 여러 영화인이 찾아와 반가웠다. 나도 영화제 현장을 방문해 일본에서 온 지인들과 영화 정보를 교환하고, 해운대에서 같이 술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영화가 양국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일본의 거장 감독들이 최근 한국에서 연출한 작품을 상영하며, 출연한 한국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거장이다. 올해 5월엔 ‘브로커’로 송강호 배우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기는 성과를 거뒀다.
장르영화의 귀재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시리즈물 ‘커넥트’로 한국의 젊은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등과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올 영화제에서 OTT 드라마가 영화의 확장된 흐름으로 소개되며 상영됐다.
환갑을 넘긴 두 베테랑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함께 새롭게 도전한 모습은 놀라웠다.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어려운 시기였기에 오히려 이런 작품들이 현실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의 힘’과 ‘영화제의 역할’을 재확인했다.
특히 고레에다 감독은 특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지석’에서 2017년 5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며 수석프로그래머였던 김지석 선생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모습으로 한국과의 깊은 인연과 애정을 보여줬다. 일본 영화 제작 환경 개선에 앞장서며 한국 영화계의 사례를 참고하려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 주최로 열린 ‘스페셜 토크: 한일 영화인 대화’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영화인 4명을 패널로 초대해 한일 합작영화의 현장과 미래를 놓고 뜨겁게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는 “오랫동안 일본 영화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주고 싶어 일본 영화의 소개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정치적인 분위기와 일본 영화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이미지가 겹쳐, 전체 관객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치는 상업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한 가운데 소극장(미니시어터)을 지키기 위해 2020년 일본에서 일어난 ‘세이브 더 시네마’ 운동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세이브 아우어 시네마’ 운동이 일어났다. 온라인을 통해 서로를 북돋우며 한국과 일본 영화인이 돈독해지고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 촬영현장을 직접 경험한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교본을 보듯 그 현장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또 “한일 양국이 서로의 상황을 참고해 영화계 노동 환경 개선 문제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벼랑 끝의 남매’는 이번 영화제의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 상영됐다. 나는 그의 ‘벼랑 끝의 남매’와 ‘실종’을 보고 그의 영화에 자양분이 됐다는 배움이 무엇인지 이해되면서 향후 양국 간 교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미니시어터 이미지포럼의 도마야마 가쓰에 대표는 “앞으로도 많은 한국 영화를 일본에서 상영하겠다”며 “현 시대를 개척하는 용감한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한국 영화인들을 응원했다.
한일 영화계에는 여전히 어렵고 힘든 부분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한국 정치권에서는 잊을 만하면 친일 논란 이슈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제에서 만난 한일 영화인들은 정치나 사회적 편견에 얽매이기는커녕 오히려 이런 편견에 맞서려 하고 있다. 요 몇 년간 갈수록 멀게 느껴지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영화라는 문화를 매개로 한다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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