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7] 가는 길이 다른 사람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2. 11.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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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서는 중국인은 곧잘 긴장한다. 갈리는 길인 기로(岐路)에서는 늘 생각에 잠긴다. 좁아지는 길인 애로(隘路)에서는 몸을 뺀다. 가면 돌아올 수 없는 사로(死路)를 피하고, 온전히 살아 돌아가는 길인 활로(活路)를 항상 갈구한다.

길에서 만나는 타인은 두렵기조차 하다. 밭두렁 등 작은 길[陌]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生]를 향한 경계감은 ‘맥생(陌生)’으로 적어 아예 ‘생소함’으로 푼다. 그에 비해 제가 잘 아는 사람, ‘숙인(熟人)’ 그룹은 중국인의 사회생활 네트워크인 ‘관시(關係·관계)’의 원천이다.

옛 중국인들이 ‘인생의 4대 기쁨(四大喜事)’ 중 “먼 타향에서 고향 친구 만나기(他鄕遇故知)”를 둘째로 꼽은 정서적 토대다. 일찍 소개한 내용이다. 생사(生死)를 보장할 수 없는 멀고 긴 여행길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숙인’은 중국인에게 그만큼 중요했다.

그래서 같이 길을 가는 사람에 대한 중시(重視)는 대단하다. 한 배에 올라타 함께 거센 물을 건넌다는 뜻의 ‘동주공제(同舟共濟)’ 식 성어는 풍성하다. 마음과 힘을 한데 모은다는 동심협력(同心協力), 뜻과 길이 일치하는 지동도합(志同道合) 등의 강조가 각별하다.

그러나 이런 관념들은 나와 다른 남, 이기(異己)에 대한 지독한 배척을 낳을 수도 있어 문제다. “같은 무리들과는 한데 뭉치고, 나와 다른 남은 없애자”는 당동벌이(黨同伐異)의 섬뜩한 사고와 관념이 태동한 인문적 배경이기도 하다.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권력 앞에 당내 유력한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이 거의 궤멸(潰滅)했다. 이로써 견제와 균형은 사라지고 전제(專制)의 틀만 더욱 강고해질 전망이다. “가는 길 다르면 함께 도모치 말라(道不同不相爲謀)”던 공자(孔子) 가르침을 무척 편협하게 연역한 중국이다. 그나저나, 우리는 그런 중국과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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