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국가 차원의 인파 관리 필요하다
머릿속이 아득하고 마음이 혼란스럽다. 이태원 참사로 7일 기준으로 156명 사망하고 197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부터 30일 0시56분까지 119에 도움을 요청한 신고는 100건에 달하며, ‘압사’란 단어를 직접 언급한 신고는 19건이나 된다. 오후 10시15분부터 약 10분 동안 14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10시21분 이후에 들어온 6건 신고는 글로 옮길 수도 없을 만큼 참혹하다.
그런데 용산경찰서장은 차량이동을 고집하다 오후 10시55분을 넘어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다. 길이 막혀 차량에서 내려 참사 현장으로 오는 서장의 모습은 다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이 아니었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뿐 아니다.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의 보고 태만도 이해 불가다.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있었는데 참사 발행 후 1시간24분이 지나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도대체 경찰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단 말인가? 해당 지위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에 맞는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참사의 모든 원인을 경찰에게만 돌릴 수 없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세 갈래 측면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다. 핼러윈 기간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이태원에 올 걸 예상했다면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재난안전법상 주최자가 없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없다는 말은 법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법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핼러윈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용산구청이 경찰, 상인회, 이태원역장과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정작 용산구청에선 자원순환과 직원만 참여했다고 한다. 용산구청장은 2014년 용산구 의회 구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이태원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용산구청장의 대비치곤 빈틈이 많았다.
다음으로 경찰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보고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시스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문제다. 군과 경찰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양 기관 보고는 반드시 적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행정기관의 뒤늦은 보고와 차원이 다르다. 왜 보고가 늦어졌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파다. 인파 흐름을 일시에 변화시킬 수 있는 외력이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 이러한 외력 존재를 찾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영상과 음향이 확보되어야 한다. 시간은 첫 112신고가 들어온 18시경부터 24시 전후까지, 장소는 거리 전체에, 영상과 음향을 복원해야 한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선 용의자를 밝히기 위해 10TB에 해당하는 자료를 수집해 4일 만에 사고 당시 영상을 복원하였다. 우리 경찰도 반드시 해당 영상을 복원해 원인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지난 9일 경찰청에서는 ‘인파관리 대책 수립TF’ 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선 인파 밀집도 측정, 위험경보 체계 구축, 현장 경찰관 역량 강화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 참여자 모두 절대로 더 이상 참사는 없어야 한다는 각오로 재난 예방 대책 마련에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 가고 싶은 대목이 있다. “지역 내 다중 운집 행사 관련 안전 관리”는 자치경찰의 업무로 되어 있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업무에 대해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며, 시·도 경찰청장을 지휘·감독 한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도 인파관리에 대한 대책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재난과 참사는 발생해선 안 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예방·대비가 최우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기관이 마련하는 대책은 완벽할 수 없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국가차원의 촘촘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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