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극우정권이 들어선 이유

최규민 위클리비즈 편집장 2022. 11. 11.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EEKLY BIZ] [편집자 레터]
지난 8월 강원도 태백의 배추밭에서 한 외국인 노동자가 배추를 점검하고 있다. /태백=이정구 기자

요즘 산업 현장에서 소식이 들려오는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조선소들은 일감은 잔뜩 받아놨는데 정작 일할 사람이 없어 자칫하다 납기가 늦어 배상금을 물어야 할 판입니다. 오죽했으면 교도소 모범수를 조선 현장에 투입한다는 소문까지 났을까요.

농촌도 인력난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일당이 작년보다 40~50%쯤 올라 고추나 마늘 수확 인부를 구하려 14만~15만원을 부르는데도 일하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중소 제조업 공장이나 건설 현장, 음식점 등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다른 업종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얼마 전 지방의 음식점에 갔는데 주인이 분주하게 일하길래 물어보니 “요즘은 외국인들도 이런 시골까지는 안 온다”고 쓴웃음을 짓더군요.

사실 우리 경제와 산업 현장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지해 굴러온 지는 오래됐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력 수급이 꼬이면서 지금 같은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정부는 내년 고용허가제 비자(E9) 발급을 크게 늘리고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B10면에서 소개한 대로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생각하면 외국 인력 수입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수출과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마냥 인건비를 올리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그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쪽에선 대학 졸업자들이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내버려둔 채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와 당장 급한 불만 끄면 되는 걸까요. 갈수록 늘어날 외국인 근로자 인권이나 범죄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피부색과 언어, 종교가 다른 사람이 늘어났을 때 우리는 이들을 포용할 능력이 있을까요.

우리도 다민족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닙니다. 이민의 나라이자 ‘민족의 용광로’라는 미국조차 인종 갈등은 치유하기 어려운 질병입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정권이 탄생한 것도 이민자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에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래 QR코드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면 투자의 옥석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되는 위클리비즈 기사를 한눈에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아직 뉴스레터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를 입력해 간편하게 무료 구독을 신청해 보세요. 공들여 쓴 알찬 기사를 일주일에 두 번씩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