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기업 해외진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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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은 지난 50년 동안 몇 차례 해외진출을 경험했다.
익숙하고 편안한 국내를 떠나 해외로 기업들이 이동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수세적인 것과 보다 유리한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공세적인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좁아지고 쪼개지는 시장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해외진출 노력을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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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은 지난 50년 동안 몇 차례 해외진출을 경험했다. 익숙하고 편안한 국내를 떠나 해외로 기업들이 이동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수세적인 것과 보다 유리한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공세적인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우리 기업에 첫 번째로 닥친 큰 충격은 1971년 미국의 섬유쿼터 실시였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수출에 주력하면서 대규모 고용과 성장에 크게 기여한 섬유업종은 미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섬유쿼터라는 장벽과 마주하게 됐다. 총 수출액이 10억달러던 시절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인조섬유와 모직물에 대한 섬유쿼터 시행은 큰 충격이었다. 기업은 쿼터로 인한 장벽을 피하기 위해 우회수출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도미니카, 니카라과 같은 지금도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지는 곳에 우리 기업들은 진출해서 현지인들을 고용해 수출을 이어갔다.
1980년대 후반에는 생산비용 증가를 피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은 낮은 인건비에 의존한 의류, 신발 등 한계업종을 위기로 몰아넣었고 이들 업종은 낮은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때맞춰 본격적인 개방정책을 시작한 중국은 우리 기업에 최선의 선택이 됐다. 이후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면서 조기에 중국 진출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공급망에 참여한 우리 기업들은 크게 성장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해외진출은 중국진출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022년 다시 기업들은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망설인다. 미국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절감하고 공급망 재편을 시도한다. 과거와 같이 저렴하고 좋은 상품을 가지고 와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과 투자를 연계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 생산 제품에 보조금 지급이라는 당근과 해외 제품 차별이라는 채찍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업에 미국 진출은 선택이 아닌 사활을 건 결단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제품에 대한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본 유럽연합(EU), 중국 등 다른 대규모 시장을 보유한 국가들도 동일한 조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과거 해외진출은 생산비용, 수출제한 등 국내에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백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단계적 이행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추세는 우리가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투자해온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좁아지고 쪼개지는 시장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해외진출 노력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국내투자와 기술 및 핵심인력의 해외진출이라는 상황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라는 정해진 미래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기업의 해외진출 속에서 우리의 산업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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