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6명 순직한 '홍제동 화재 참사'.. 소방관들은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었다 (꼬꼬무)
[스포츠서울 | 김태형기자] ‘꼬꼬무’가 소방관 6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제동 화재 참사를 다룬 가운데, 소방관 처우 사실이 충격을 안겼다.
10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경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벌어진 화재 참사를 다뤘다.
이날 방송에는 장성규, 장현성, 장도연이 이야기꾼으로 등장했고 배우 최영준, 그룹 오마이걸 유아, 방송인 안현모가 출연해 이야기를 들었다.
사고 경위는 이렇다. 소방대원들은 홍제동 다가구 주택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소방차는 화재 현장 약 150m를 남겨두고 멈춰섰다. 불법 주정차 때문이었다. 도로 양쪽이 차들로 꽉 막혀 진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시가 급한 대원들은 무거운 장비를 들고 현장까지 뛰어가야 했다.
화재 현장에 있던 집주인이 큰 소리로 아들이 안에 있으니 구해달라고 외쳤다. 소방대원들은 집주인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용감하게 뛰어들어 1차 수색을 펼쳤다. 하지만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차 수색을 위해 6명의 대원이 다시 불이 나는 집으로 진입했다. 그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2층 주택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집 안에 들어갔던 대원들을 포함해 7명이 그대로 매몰됐다. 인근에 있던 대원 3명은 파편에 맞아 쓰러졌다.
이에 소방대원 250여 명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필사적으로 구조에 나섰다. 3월이었지만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대원들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았다.
첫 번째 대원은 50분 만에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원 6명이 잔해 어딘가에 있었다. 다른 대원들이 건물 지하 보일러실로 대피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잔해 아래는 유독가스로 가득했고, 산소통 사용 가능 시간 25분이 지나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대원들은 구멍을 뚫기로 했고 마침내 지하실로 향하는 통로를 확보했다.
구조대는 직접 좁은 구멍으로 몸을 넣어 지하로 진입했고, 매몰 3시간 23분 만에 두 번째 동료를 구했다.
다음날 오전 7시 57분 기준으로 소방대원 모두 구조에 성공했다. 그러나 동료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이어졌다.
대원들은 눈물을 삼키며 집주인 아들을 찾기 위해 수색을 계속했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집주인 아들이 이미 불길이 치솟기 전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경악스러운 소식을 듣게 됐다.
알고 보니 집주인 아들은 집에 방화를 저지르고 그대로 친척집으로 도망을 친 것. 충격적인 소식에 소방대원들은 차마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사건 이후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에 있던 대원들은 동료를 잃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고 바로 다음 날에도 출동을 해야 했다. 한국의 경우 소방관 1명 당 주민 약 2천 명을 담당해야 하는 심각한 인력난이었다. 미국의 경우 소방관 1명이 208명을 담당하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대원들은 24시간 맞교대로 격일 근무할 만큼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 일하고 있었다.
또한, 소방대원들이 입는 방화복은 알고 보니 방수복이었다. 방수복으로 지급한 이유는 방수복이 방화복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입는 옷이 방수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소방대원들은 그동안 생명을 구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들었던 것.
그 밖에도 국군 병원, 경찰 병원 등은 있었지만 소방 병원은 없었던 것, 소방대원들의 치료비 문제 등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마저도 홍제동 화재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야 밝혀진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 충격을 안겼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은 홍제동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는 말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소방 인력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 1인당 담당 주민수는 806명(전국)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조·구급대원 1인당 담당 주민수는 2803.9명(전국)으로 갈 길이 멀다. 또한, 2014년 기준 응답자 39%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알코올 장애, 수면 장애 등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날 현장에 있던 한 소방관은 어깨에 난 화상 자국 위에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라는 문신을 남겼다. 당시 구조되어 생존한 소방관은 “다시 그 상황이 온대도 들어가야죠”라는 말을 남겨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편 11월 9일은 소방의 날로, 국민에게 화재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높이고 화재를 예방하게 하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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