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제언
외환 건전성 알리는 소통 지속하고
기업도 환차손 위험 관리해야
환율 안정의 근본적 수단은
산업경쟁력 강화 따른 수출 증가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난 늦여름 더위를 뜨겁게 달궜던 환율 걱정이 이제는 좀 식은 듯하다. 8월 초 1300원을 갓 넘었던 달러 환율이 9월 말 1430원까지 두 달 만에 10% 오른 것을 두고 1997년 또는 2008년과 같은 경제위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던 언론도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사실 최근의 환율 상승이 우리 경제의 부실이나 외화유동성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 문제가 있었던 과거 위기 때와 달리 현재는 원화를 비롯한 대부분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낮아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인상이 초래한 금융 불안으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 중에서 성장세가 양호한 미국 통화에 대한 수요를 늘린 것이 그 원인이다. 이런 차이를 알면서도 주변에서 걱정이 많으면 뭔가 놓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다시 불안해지는 것이 우리의 외환시장이다.
외환위기로 망국을 걱정하던 와중에 2000원을 넘어가는 달러 환율을 경험했던 우리는 환율 상승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는 환율 변동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책금리 인상으로 환율 상승을 제약하는 미봉책은 지양해야 한다. 통화정책의 경기 안정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정책금리 인상을 처방해 우리 경제가 더욱 심각한 고통을 겪었던 경험도 있다.
물론 앞으로의 환율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 미국에서도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경기가 양호하다. 그래서 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더라도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오히려 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더 크게 등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가?
먼저, 한국은행과 정부는 외환 건전성과 외화 수급 상황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환율에 대한 과도한 불안은 경쟁적 외화 매입과 같은 군집 행태를 통해 자기실현적 외환위기를 초래한다. 이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외환보유액의 가용성 논쟁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에 대한 요구가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은 환율을 안정시키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올해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의 달러 환율도 원·달러 환율과 비슷한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외환보유액 확충이 보다 근본적이고 자율적인 대응 방안이지만, 그 비용을 감안할 때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국가 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불과 몇 년 전에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다거나 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몇몇 사람이 최근 외환보유액 중 현금이 너무 적다고 비판하는 것을 보고 외환당국도 황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궤변이 시장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시장과 외환 건전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도 당국의 일이다.
기업들도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해 환율 변동의 위험을 스스로 관리하고, 환차손익보다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 환위험에 대한 노출도 큰 기업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환 헤지를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사실은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외환정책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편 경제의 외화 수급이 수출입에 의해 발생함을 감안하면 결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환율의 안정성을 높이는 근본적 수단이 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외화공급 감소를 탓하기보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있다가 이제야 각 산업에서 인지되고 있는 경쟁력 저하 조짐에 대응할 방안들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환율은 경제 전반의 경쟁력, 나아가 성장세를 반영해 변동한다. 단순한 정책금리의 격차보다 성장 과정에서 증가하는 자금 수요의 차이와 이에 따른 시장금리의 격차가 자본이동을 일으켜 통화의 상대적 가치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결국 우리 경제를 매력 있게 하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외환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런 사람은 절대 전기차 사지 말라" 조언…한국의 현실 [전기차 30만 시대(1)]
- 나흘새 22% 급등한 DN오토모티브…"PER 3배 현저한 저평가"
- "억만금 써도 입장 불가"…젊은 부자들 '인생샷 명소'로 뜬 곳
- 일본인 VIP 돌아오자 744억 '잭팟'…카지노 기업 웃었다
- 한국 할머니 덕에 114kg→64kg…뉴욕셀럽 살린 '한식의 기적'
- [종합] 이서진, 자산 600억 루머 해명 "집 몰락해 없어, 눈빛 더럽다고 맞았는데" ('유퀴즈')
- 전종서 "진선규, 팬티 한 장 차림으로 격렬 댄스…'아저씨와 소녀'의 케미"('몸값')[인터뷰②]
- [종합] 정주리, '한강뷰 아파트' 때문에 빚 "은행 대출 이자가..." 절규
- "항문 파열·장폐색 생길 수도"…오은영, 서서 대변 보는 6살 남아에 "최악" ('금쪽같은')
- 이상순, 제주 카페 논란에 "이효리와 무관…온전히 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