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칼럼] 21세기 오두(五蠹·다섯 좀벌레)
혹세무민 일삼는 궤변가
사이비 시민단체, 경제 범죄자
나라를 안에서 무너트리는
사회적 좀벌레 퇴치해야
국가 파멸 막을 수 있다
내우외환에도 리더의 영(令)이 서지 않을 때 나라는 위태롭다. ‘이태원 참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고군분투해도 민심이 요동치는 것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이태원에 국가는 없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난 터에 재난과 안전 주무 부처의 장들이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순 없다. 뿌리 깊은 나무는 폭풍우를 버티지만 좀먹은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넘어간다.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신상필벌을 피한다면 국가라는 나무가 좀먹게 된다. 중국 전국시대 난세의 치국 원리를 밝힌 한비자(BC 280?~BC 233)는 ‘다섯 좀벌레’(五蠹·오두)가 나라를 무너트린다고 경고했다.
신음하는 국민 마음을 달래기는커녕 잇따른 망언으로 공분(公憤)을 부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실 고위 인사들, 경찰 최고 지휘부는 한비자의 신랄한 표현으론 ‘환어자’(患御者·권력자의 최측근 간신)라는 ‘사회적 좀벌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땀 흘리고 희생하는 공직 윤리(汗馬之勞·한마지로)는 이들에겐 딴 나라 일이다.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심기 경호와 육탄 방어로 권세와 국록을 누리는 자들이다. 동서고금, 보수·진보 정권 불문하고 간신들이 득세하는 나라엔 현군(賢君)이 없다.
한비자는 고대 인물이지만 그의 오두론은 시대와 이념을 넘어선 통찰을 보여준다. 한비자가 가장 준엄한 어조로 꾸짖는 사회적 해충의 두 부류는 ‘학자’(어용학자)와 ‘언고자’(言古者·어용 지식인과 당파적 변론가)다. 좌우 진영에 두루 퍼져 있는 학자와 언고자는 양심적 지식인이자 전문가임을 내세워 입만 열면 정의와 도덕, 역사와 국민을 외치지만 기실 사욕에 눈먼 권력 추구의 달인들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논리를 뒤집고 혹세무민을 일삼는 궤변가들이다.
디지털 정보 혁명과 범람하는 SNS가 어용 지식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김어준 같은 선동가들은 정권 교체 후에도 언론 자유를 앞세워 음모론을 퍼트리고 ‘좌파 구루’로 행세하며 시민 세금으로 떼돈을 번다. 문재인 정권은 어용 언론인과 변론가들의 담론 권력에 주목해 자기들 편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언론·방송사의 지배권을 필사적으로 옹위했다. 가치 집단으로 위장한 사이비 학자와 지식인들의 이권 집단이 20대 대선 불복에 앞장서면서 나라를 심리적 내전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대선 직후부터 대통령 탄핵을 부추겨온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 헌정 체제를 좀먹는 오두가 아닐 수 없다.
‘대검자’(帶劍者)는 협객(俠客)인 척 정의를 외치지만 도당을 만들어 힘으로 세상을 어지럽혀 나라를 좀먹는다. 다중의 위력으로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떼법으로 집단 이익을 관철하는 노조나 사이비 시민 단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재해석된다. 나아가 ‘상공지민’(商工之民)이라는 좀벌레는 권력 실세인 환어자와 결탁한 경제 범죄자들로 해석할 수 있다. 권력과 유착한 사기 행위로 서민들의 돈을 가로챈 라임펀드와 옵티머스가 전형적 사례다. 결국 간신, 어용 지식인과 궤변가, 사이비 정치 단체와 경제 범죄자들을 나라를 좀먹는 5대 해충이라고 질타한 한비자의 오두론은 촌철살인의 권력 비판이자 시대를 초월한 부패 고발장이다.
경제 위기와 전쟁의 먹구름만이 나라를 흔드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무능과 정치권의 음모를 부추겨 국가를 안에서부터 무너트리는 사회적 좀벌레들이 더욱 치명적이다. 나라를 좀먹는 해충을 퇴치하지 않고선 국가의 파멸을 피할 수 없다. 인간의 죽음을 정치 무기화해서 정적을 찌르는 흉기로 사용하려는 유혹은 사람을 정치적 야수로 만든다. 이태원 참사라는 인륜적 비극을 대통령 탄핵으로 몰고 가려는 책략가들은 국가를 좀먹는 오두들이다. 민주당과 진보 시민 단체들이 선거 승복이라는 민주주의 근본 규칙을 파괴하면서 한국 사회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늑대가 되는 전쟁 상태’로 전락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당해 손이 부르트도록 애쓴 현장 실무자들만 꾸짖는 건 사리에 어긋난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윤 대통령은 바른 인사와 정책,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국민과 고통을 함께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 아파하는 순정(純正)한 민심을 ‘21세기 오두’를 물리칠 시민 협약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일상의 실천으로 한국적 위험 사회와 싸우는 게 살아남은 자의 의무다. 절망의 바닥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건 연민과 연대, 그리고 책임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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