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美 중간선거 엎치락뒤치락, `레드 웨이브`는 없었다

박영서 2022. 11. 1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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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는 중간평가이자 차기 대선 풍향계
바이든, 협치 강조하지만 하원 협력 미지수
인플레이션과 생활고가 낙태이슈 넘지 못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신임은 확인된 셈
'美우선주의' 원조 공화당 맞서 국익 외교를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났다. 하원은 공화당 차지가 됐고 상원은 피말리는 접전 끝에 민주당이 가까스로 사수했다.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물결)'는 잔물결에 그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적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망했지만 예상대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달라진 미국 의회 권력을 눈여겨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해야 할 것이다.

◇공화당 하원 장악, 민주당 예상 밖 선전

중간선거는 정권 후반기의 국정 동력을 가름하고 차기 대통령 선거의 풍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못지않은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중간선거는 말 그대로 정권의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다. 차기 대선까지는 2년이 남았기 때문에 대체로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판세를 좌우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목할 점은 선거 결과가 예상을 빗나갔다는 것이다. 당초 공화당이 하원뿐만 아니라 상원까지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예상외로 선방했다. 공화당의 압승은 없었다. 미 언론들은 이른바 '레드 웨이브'는 없었다고 전했다.

주요 경합지 곳곳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대혼전 끝에 공화당은 하원을 장악했다. 4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것이다. 상원에선 민주당이 50석을 차지하면서 다수당 유지를 확정지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조지아주는 과반 득표 후보가 없어 다음달 6일 결선투표가 진행되는데, 이 결과에 상관없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킬 수 있게된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예상한) 레드 웨이브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을 위해 좋은 날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미래는 정쟁(政爭)에 갇히기에는 너무 유망하다"면서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경제'를 우선에 뒀지만 '민주주의'도 생각한 유권자

선거 승패는 경제가 갈랐다. 최악의 물가 오름세가 표심의 큰 방향을 결정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되면서 유권자들은 공화당에 표를 더 던졌다.

인플레이션과 생활고 문제는 현재 미국 대중에겐 핵심 사안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를 크게 올려놓아 미국인들의 삶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사회의 필수품인 휘발유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비록 임금은 상승하고 있지만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파가 장악한 공화당은 바로 이 문제를 파고 들었다. 불리해진 민주당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늘리기 위해 낙태를 공론화했다. 보수 성향의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불인정 판결을 내린 이후 비판 여론이 들끓자 낙태 문제를 이슈로 만들었다.

하지만 경제 문제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낙태 이슈는 젊은 세대, 자녀를 두고 있는 여성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이들은 국민 전체로 보면 특정 인구다. 반면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결국 경제 문제가 선거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 언론들은 통화완화 정책의 여파로 13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민심이 악화된 것이 승패를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만들고 금리를 올리는 등 인플레이션과 싸웠지만 양날의 검이 됐다. 이런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도 작용한 것이다. 다만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의 미래'도 고민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재탄생할까

중간선거는 바이든 대통령(79)에겐 심판이었고, 권력 탈환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76)에겐 '신임투표'라 할 수 있었다. 공화당이 압승을 할 것이란 기대는 빗나갔지만 하원·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으니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신임은 확인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300여명에게 지지 입장을 밝혔고 30여차례 선거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전력을 쏟았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과 지지를 받은 '트럼프 키즈'가 대거 정치권에 안착했으니 당내 그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플로리다의 드산티스 주지사, 펜스 전 부통령, 메릴랜드의 호건 주지사, 리즈 체니 등이 견제자로 떠오르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보면 트럼프가 공화당에서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바이든을 압박할 것이며, 이는 오는 2024년 트럼프 복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럼프 키즈'의 입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중간선거에 대해 "어떤 측면에서 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내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매우 큰 승리"라고 밝힌 것은 출마를 위한 명분 만들기로 보면 된다.

그는 앞서 예고한대로 오는 1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에 순풍이 계속 분다면 그 순풍은 2년 후 대선에서 트럼프를 대통령직에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새 상황에 만반 대비해야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미국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 IRA, 한국의 반중 연대 동참 등 현안에 어떤 변화가 일지가 관심사다.

당장 우리 기업에 큰 불이익을 주는 IRA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IRA가 대다수 외국 자동차 기업을 차별하는 등 불합리한 요소가 있는 데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법 개정을 거론한 바 있다. 따라서 중간선거 이후 한국차 차별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개정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이라고 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 개정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한반도 정책 및 북핵 외교에도 미묘한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톱다운 방식의 북핵 해결에 나선 바 있다. 물론 대북 기조에는 민주·공화당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하지만 하원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가면서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에 견제가 강해질 수 있어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최대 동맹국 미국의 의회 권력 재편은 우리에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다. IRA 제정 과정에서 나타난 '뒷북 대응'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선거 결과를 치밀하게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력과 정보력을 총동원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워 우리의 국익을 증진시키길 기대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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