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트러스, 윤희근, 제갈량의 책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가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 섰다.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알리는 자리였다.
그날 경찰의 우선순위를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 시위 관리와 마약·성범죄 단속에 두었던 것은 현장인가 지휘부인가.
기동대 지원을 요청하고, 안전이 우려된다는 정보 보고를 올리고, 인파와 소음으로 가득 찬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사람이 죽고 있어요. 앞으로 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던 것은 다름 아닌 일선 경찰관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가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 섰다.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알리는 자리였다. 연 450억파운드(약 73조원) 규모 감세안을 고집해 영국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킨 것이 가장 큰 낙마 이유였다.
윤 청장은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유가족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추상적이고 유보적인 표현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빠졌으니 용서를 구할 일도 없었다.
반대로 일선 책임을 따지는 말은 구체적이고 단호했다. 그는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며 통상의 프로토콜을 벗어난 ‘특별 기구’의 ‘강도 높은 수사와 감찰’을 약속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각오”까지 언급했다.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라도 과오가 있으면 엄정히 처벌해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의미가 깃든 고사성어다. 초점은 일선의 과오에 맞춰져 있었다. 재무장관을 경질하는 선에서 감세안 후폭풍을 모면하려 했던 트러스 전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였다.
그날 바로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 내용은 세간의 관심과 분노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그의 회견을 곱씹어 볼수록 의문은 커졌다. 제갈량이 마속에게 그랬던 것처럼 본인을 비롯한 지휘부는 현장에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냈던가. 그날 경찰의 우선순위를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 시위 관리와 마약·성범죄 단속에 두었던 것은 현장인가 지휘부인가.
기동대 지원을 요청하고, 안전이 우려된다는 정보 보고를 올리고, 인파와 소음으로 가득 찬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사람이 죽고 있어요. 앞으로 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던 것은 다름 아닌 일선 경찰관이었다.
그러니 석 달 전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비호하며 취임한 윤 청장이 윗선까지 책임 소재가 가지 못하도록 미리 방탄막을 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정사(正史) 삼국지는 읍참마속 일화를 이렇게 전한다. “제갈량은 … 마속을 죽이고 병사에게 사죄했다. 상소를 올려 ‘… 그 책임은 모두 신(臣)이 사람을 부당하게 쓴 데 있습니다 … 청컨대 저 스스로 직위를 세 등급 강등시켜 그 책임을 지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