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중간선거 후 美 동향 예의 주시해야
생계·안보 위한 정교한 외교 필요
역시 선거 예측은 간단치 않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긋났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는 사라졌다. 중간선거는 ‘집권당의 무덤’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여당에게 어렵다. 미국은 독립선언 이후 모두 19번의 선거에서 집권당이 중간선거를 이긴 적은 단 세 차례밖에 없었다. 금년 선거 역시 민주당이 참패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근소하게 탈환하고 상원은 민주당이 예상외로 선방하는 묘한 균형을 맞춘 복잡한 선거였다.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 등이 남아 있지만 하원 의석 차는 크지 않아 바이든에게 타격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가 70억달러 투자를 진행하고도 전기차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태는 우리 통상외교의 대표적 실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응은 미국 국내 정치에서 법적 안정성으로 잘 작동되지 않는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로비로 사전에 대응해야 하는 워싱턴 기류를 간파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미국의 대한 투자보다는 우리의 대미 투자가 급증하는 시대에 미국 현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일본의 대백악관 로비 전략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해야 한다. 미국 입법은 의견 수렴 절차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실패다. 향후 신재생 에너지 산업 보조금 지급, 법인세 강화, 외국산 부품 사용 차별, 보복관세 등 우리 기업에 영향을 미칠 조치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큰 틀을 유지할 것이다. 오히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강경한 입장으로 대북 압박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현재 한·미동맹을 통한 북핵 대응이 충분한가가 우리의 초점이다. 평양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미가 찰떡 공조로 위협에 맞설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에 집중하는 백악관의 기조를 깨기 위해 북한의 7차 핵실험은 가까운 시일 내에 도발 로드맵에서 중요한 카드로 선택될 것이다. 최근 한·미 안보연례협의회(SCM)에서 미군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 등을 합의했지만 완벽한 핵우산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등 다양한 옵션을 협의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미전략은 평소 인맥 구축과 미국 정치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집약된다. 과거 조지아주의 시골뜨기라고 소홀히 했던 지미 카터가 백악관 주인이 되고 나서 발생한 한·미 간 불협화음은 악몽이었다. 여야의 초당적 접근은 기본이고 민관의 총력적 대응으로 먹고사는 문제와 생존의 안보를 지키는 단기 및 중장기의 정교한 외교가 필요한 시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워싱턴과 뉴욕의 상황을 챙기는 것이 글로벌 경쟁 시대 한국의 살길이라는 생각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분석하면서 드는 단상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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