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찰스 디킨스의 추리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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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등단 초기에 연재소설로 큰돈을 번 적이 있다.
19세기 당시 월간이나 주간지 형태로 연재되던 소설은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 디킨스의 소설이 그랬다.
미국학자 아치볼드 쿨리지에 의하면 디킨스가 연재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디킨스는 매일매일 다가오는 연재소설로 인해 하루하루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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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학자 아치볼드 쿨리지에 의하면 디킨스가 연재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디킨스는 매일매일 다가오는 연재소설로 인해 하루하루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디킨스는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추리 기법을 소설 속에 심어 넣는 방법이었다. 독자가 다음 회가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도록 소설적 장치를 깔아놓은 것이다.
디킨스의 소설에서 사건과 인물은 언제나 독자의 예상을 벗어난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명료한 설명을 하지 않고 독자의 의혹과 호기심을 유발한 다음, 결말에 가서야 독자가 예상치 못한 비밀을 드러낸다. ‘위대한 유산’을 보면 주인공 핍에게 큰 유산을 물려준 사람은 부잣집 해비셤이 아니라 탈옥수 매그위치였다. 독자는 그 사실을 소설 후반부에 가서야 알게 된다. 이런 기법 덕분인지 그의 연재소설이 나오는 날이면 배달부가 시내를 돌며 소리를 외쳤고, 사람들은 소설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섰다고 한다.
작품에서 호기심과 긴장을 불러오기 위해 추리 기법을 사용한 작가가 비단 디킨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래전 소포클레스로부터 셰익스피어나 도스토옙스키, 최근의 움베르토 에코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가 독자에게 긴박감과 불안감, 호기심을 일으키고 서사를 흥미롭게 몰아가는 추리 기법을 곧잘 사용해 왔다. 정보를 숨기고 사건을 지연시켜 독자 스스로 궁금증이 생기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 재미가 없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산문에 이런 추리 기법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 당연히 가능하다. 소설의 기법을 산문에도 적용할 수가 있다.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는 순차적 질서를 비틀고 원인을 감추고 결과를 지연시켜 전개를 긴박하게 하면 산문도 재미있어진다. 특히 논증적인 글이라면 결론을 성급히 내리지 말고 독자가 사건의 원인과 근거를 찾도록 유도하면 글은 흥미로워지고 반응은 좋아진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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