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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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잘 모르는 이도 물구나무를 서서 둥근 모양의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나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캐릭터의 소재로 사용되고 특이한 생활사가 소개되며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모습으로 기억되지만 실제 자연에서 소똥구리를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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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구리과는 전 세계적으로 약 3만종이 기록되어 있는데, 똥을 굴리는 종류는 200여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소똥구리를 포함해 ‘왕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 3종이 알려져 있지만, 그마저도 매우 희귀하여 쉽게 관찰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 모습을 감춘 소똥구리 복원을 위해 몽골 지역의 개체군을 도입하여 복원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 소똥구리류 중 몸집이 가장 큰 왕소똥구리도 1990년대 후반,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 지역에 200여마리가 서식하였으나, 그 지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며 소를 방목하지 않게 되었고 그 이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똥구리류 중 현재 긴다리소똥구리가 유일하게 서식이 확인되고 있으며 경기 북부와 강원 일부 지역에서 적은 개체수가 관찰된다. 이 종은 1990년 이후 국내 분포가 확인되지 않다가 20여년 만에 강원 지역에서 다시 발견되어 학계에 큰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다른 소똥구리류도 인간의 간섭이 적은 우리나라 어딘가에 서식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과거에는 태양의 신으로, 현재는 자연의 청소부로, 때로는 영화 주인공으로 우리와 함께해 온 소똥구리, 박물관에 죽어 있는 표본만 후대에 남겨주기는 너무 슬프고 부끄러운 일 아닌가? 자연에서 힘차게 똥을 굴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승규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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