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공감서 출발하는 韓·아세안 연대 구상
韓 ‘개도국 → 선진국’ 압축적 경험
강대국·지역 약소국 연결 강점
포용적 인태전략 모범 보여주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해마다 11월쯤이 되면 파트너 국가 정상을 초청하여 일련의 회의를 개최한다. 11월8일 중간선거에서 예상 밖의 호성적을 거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단일지도체제를 굳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 외 한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정상이 11월 11∼13일 2022년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 프놈펜에 모인다. 10개의 동남아 약소국이 아세안이라는 지붕 아래 모여서 발휘하는 힘 중 하나가 이와 같이 모으는 힘(convening power)이다.
한편으로 캄보디아에 주요국 정상이 모이는 것은 캄보디아가 아세안 회원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어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아세안 회의는 아니지만, 아세안의 차기 의장국이며 리더 역할을 하는 인도네시아가 개최한다. 이처럼 하나일 때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알기에 아세안은 미얀마 문제를 해결하고 10개국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1일 캄보디아에서 아세안과 정상회의를 갖는다. 이어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12일), 동아시아정상회의(13일)로 범위를 확대한다. 여기서 한국은 정부의 새로운 아세안 정책인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대국 경쟁의 장인 아세안에서 한국의 한·아세안 연대 구상은 어떤 강점을 가질 수 있을까? 아세안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중국처럼 선린과 강압의 이중 외교를 펼치거나 지역 세력 확장의 야욕을 품고 있지 않고, 일본처럼 역사적 부채 관계도 없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지역 질서 형성에 좋은 협력 국가가 될 기본 조건을 갖춘 것이다. 한국이 아세안과의 협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환영을 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나아가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라는 지향이 강대국의 이념으로서 패권적 색채를 띠고 있다면, 한국이 추구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강대국과 지역의 약소국을 연결하는 포용성에서 두드러진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여타 강대국 또는 선진국과는 달리 지난 반세기 동안 개발도상국, 중진국, 중견국 그리고 선진국 입성까지 압축적으로 경험하였기에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국가라는 특성에 기인한다. 따라서 규칙 기반 질서를 명확히 천명하는 동시에 지역의 약소국이나 개도국을 발전의 사다리로 끌어주고 선진국과의 접점을 찾도록 하는 데 한국이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우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지역 국가와의 공감에 기반한 강력한 연대의 형성은 강대국의 파트너로서 한국의 레버리지를 높이고 더욱 목소리를 키우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한·아세안 연대 구상은 2017년 11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발표한 신남방정책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정책이다. 신남방정책을 기억하는 아세안 파트너 국가에게 그동안 쌓은 우의와 협력의 유산을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이 갖는 차별적인 강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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