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소비기한 제도가 잘 연착하려면

2022. 11. 1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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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가공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1985년부터 사용해 온 유통기한은 '판매할 수 있는 날짜'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팔지 못할 뿐이지 구매 후 가정에서 그 이상 기간 먹을 수 있다.

또한 소비기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내년 1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남은 포장재를 소진할 때까지 유통기한이 찍힌 라벨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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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가공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1985년부터 사용해 온 유통기한은 ‘판매할 수 있는 날짜’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팔지 못할 뿐이지 구매 후 가정에서 그 이상 기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유통기한으로부터 정확히 얼마나 지난 기간까지 먹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의 품목마다 다르고, 제조사·브랜드·보관 상태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평균 30% 이상 더 길게 정한다. 그래서 같은 식품을 더 오랫동안 먹게 되므로 소비자가 불안해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기한은 열악한 보관 조건에서 저장 실험을 통해 찾아낸 ‘식품의 품질 및 안전 한계기한’에 0.7∼1.0 사이의 안전계수를 추가로 반영해 식품의 수명보다 더 짧은 기간으로 설정한다. 이 안전계수 값은 품목별로 제품의 배합, 수분 활성도, 산도, 보존료 사용 등 내적 요인과 가열 공정, 포장 재질 및 방법, 온도 등 유통 조건, 구매 후 운반 시 소비자 취급 등 외적 요인을 고려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결정된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식품공학
하지만 안전계수도 식품판매업자나 소비자의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부주의한 취급에 따른 변질까지는 책임질 수 없다. 이는 기존 유통기한 표기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식품판매업자가 냉장·냉동 제품을 뙤약볕에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소비자가 한여름에 냉장식품을 구매한 뒤 자동차 트렁크에 오랫동안 둔다면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8년 4월 단기보존식품을 중심으로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고 품질이 유지되는 최소한의 기한인 ‘권장유통기간’을 마련해 이 기간 내로 유통기한을 표시할 경우 설정 실험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영세 식품업체가 실험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비용에도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년 소비기한 도입을 앞두고 올해 12월에는 중소·영세 기업을 위해 권장소비기한을 다시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소비기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내년 1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남은 포장재를 소진할 때까지 유통기한이 찍힌 라벨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 전인 지금부터 소비기한 표시가 준비된 기업은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정책도 펴고 있다.

소비자와 식품업계는 소비기한 제도 도입을 환영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시간만 연장되는 소비기한 제도의 도입으로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식품폐기물 감소 효과도 크지 않다. 유통·판매 단계에서 콜드체인 도입, 개방형 냉장고에 문 달기 등을 통해 보관 온도를 안정적으로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도 섭취 전까지 표시를 잘 확인하고, 장보기 후 식품 취급상 주의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어렵게 도입되는 소비기한 제도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식품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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