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망하면 다행"...중소기업 대출금리 9년 만에 '최고'
[앵커]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거의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자 부담까지 무거워지면서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강희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에서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는 강순영 씨는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각종 대출을 끌어모았습니다.
부업으로 코인 세탁소까지 운영하며 간신히 회사를 지켜오고 있지만 최근 무섭게 치솟는 금리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2년 전과 비교해 대출금리가 두 배가량 뛰었는데 당장 다음 달부터는 원금 상환도 이뤄지는 겁니다.
[강순영 / 여행사 대표 : (고객이) 여행을 다녀온 뒤 수입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라 다른 업종에 비해 두세 달 정도 (매출이 늦게 발생합니다). 밝은 미래를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밝은 미래라기보다는 두려운 미래가 앞에 있는 것 같아서….]
실제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크게 뛰었습니다.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87%.
2014년 1월 이후 거의 9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이자 부담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40.6%로, 1년 전보다 13배 넘게 뛰었습니다.
[A 씨 / 식품 제조기업 대표 : 사업 확장 계획을 부분 수정·축소하거나 저희처럼 전면 철회해야 하는 경우가 실제 발생하고 있고요. (주변 사업가 중에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분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대기업마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소기업은 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지난해 중소기업 100곳 가운데 16곳은 '한계기업'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한계기업은 물론 흑자기업마저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노민선 /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사업전환 등 재도약 지원을 강화하고 혁신기업에 대해서는 민간과 정부의 다양한 자금 지원을 통해 숨 쉴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자 부담과 자금 경색이라는 이중고 속에 가까스로 버티던 중소기업들이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모습입니다.
YTN 강희경입니다.
YTN 강희경 (kangh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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