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교체 시즌…낙하산 쏟아지나

최희진 기자 2022. 11. 1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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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내 임기 종료·공석인 금융계 수장 자리 8곳, 거취·후임 촉각
자료: 각 금융사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징계·김지환 BNK금융 회장 조기 사임 등
정부 ‘의지’ 작용설…금융노조, 낙하산 추진 의혹 제기하며 “저지 투쟁”
최근 친정권 인사 공공기관 CEO 기용 맞물려 ‘대선 전리품’ 우려 증폭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하고,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조기 사임하는 등 금융회사 차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둘러싼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금융회사 CEO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낸다는 의혹이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물러났거나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금융지주 CEO는 4명이다.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끝나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김지완 BNK 회장은 지난 7일 조기 사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금융지주 CEO 자리 여러 곳이 향후 4개월 안에 비게 된다.

은행장 중에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다음달 끝나고,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기가 내년 1월 종료된다. Sh수협은행은 지난달 차기 행장 공모 절차를 개시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손태승 회장 징계와 김지완 회장의 사임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의 경우 금융당국이 갑자기 징계를 서둘렀고, 김 회장과 관련해선 여당이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게 조기 사임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를 열어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등 위법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손태승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4월 손 회장 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한 지 약 1년6개월 만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

법령상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자는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되므로 손 회장의 연임에도 차질이 생긴다. 우리금융은 금융위 결정을 검토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지완 회장의 사임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김 회장이 아들이 근무하는 증권사에 계열사 발행 채권을 몰아준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당시 강 의원은 김 회장이 내부 인사가 CEO를 승계하도록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 규정’을 변경한 것도 문제 삼았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정부·여당이 외부 인사를 BNK금융지주에 심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배경이다. 결국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외부 인사도 CEO가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에는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인사들이 잇달아 CEO로 기용되고 있다. 임금 수준이 높은 금융권 CEO 인사도 자칫 대선 전리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금융권은 우려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BNK금융뿐만 아니라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회장 자리 역시 모피아 출신 또는 친정권 정치권 인사들이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차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전직 금융당국 고위 간부의 이름이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정권이 권력자의 측근이나 현장 경험 하나 없는 모피아 출신을 금융권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10만 금융노동자는 낙하산 저지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된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우리금융지주를 관피아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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