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인도네시아, ‘중국 안보 위협’ 맞서 미국에 손 내밀기

김서영 기자 2022. 11. 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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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효과 못 보고 영유권 갈등에 ‘유턴’…미 무기 구매 나서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친밀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미 보잉사의 CH-47 치누크 헬리콥터 구매를 고려 중이다. 또한 미군이 필리핀에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국방협정 협상에 힘을 싣고 있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제 워싱턴과 결별할 때”라며 미군과의 합동 훈련을 중단하고 중국산 무기를 사려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친중 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다 서필리핀해(중국명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오랜 갈등이 터져 나오며 필리핀 내에서 반중 감정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2020년부터 지난 9월까지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에 따른 외교적 항의를 405건 이상 중국에 전달했다.

인도네시아 또한 미국과 합동 훈련을 확대하고 보잉사 전투기 수십대 구입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1250억달러(약 171조6000억원) 규모 군 현대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외교적으로 어느 한 축에 치우치지 않는 비동맹 노선을 펼쳐왔지만, 나투나 제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으며 안보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중국에 경고하는 차원에서 직접 나투나 제도를 방문하기도 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투나 제도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해상영유권을 주장하며 선포한 경계선인 ‘구단선’ 부근에 있다. 중국 어선과 정부 선박이 나투나 제도 근처까지 넘어오는 일이 잦아서 문제가 돼왔다.

미국과 중국은 동남아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분투해왔다. 그러다 최근 중국이 군사개발을 가속화하고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면서 일부 국가가 태도를 바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이안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미·중 갈등과 중국의 위협이 이 국가들이 국방을 강화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분명한 동인”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2일부터 첫 동남아 순방에 나선다. 미·아세안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진행하며, 캄보디아 및 인도네시아 정상과도 회담한다.

앞서 미국은 필리핀 및 인도네시아와의 안보 강화 및 협력에 반색한 바 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과 회담하며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를 “철통”이라고 불렀으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국장은 중국이 특히 필리핀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중국은 동남아 일부 국가에 미국과 너무 밀접해지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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