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현대사, 모노드라마로…“해태 응원단장의 눈물”
[앵커]
올해 프로야구가 이틀 전 막을 내렸죠.
지금도 인기가 있지만, 1980년대 광주 시민들에게 야구장은, 설움을 외칠 수 있는 해방구였다는데요.
지금은 이름이 바뀐 해태 타이거즈와 격동의 현대사를 엮은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안다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 이름, 해태 타이거즈.
창단 후 15년 동안 아홉 차례나 우승한, 전설의 팀입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응원단장도 해태 타이거즈에서 나왔습니다.
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1980년대 소시민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미국 텍사스 레인저스 홈구장 옆에서 레인저스 유니폼 세탁을 도맡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여기가 해태 런더리(세탁소), 해태 해태 그래도 미국 애들은 하이타이, 하이타이 이렇게 부른다니까."]
남자는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해태 타이거즈의 첫 응원단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환희의 순간을 회상합니다.
[김필/연극 '하이타이' 배우 : "야구장의 함성 이런 것들을 극장 안으로 가져오면 또 어떨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두꺼운 분장과 웃음 뒤에 가려진 깊은 상처.
5.18 민주화운동 당시 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잃고, 6.10 민주 항쟁으로 동생마저 잃은 아픈 사연을 꺼냅니다.
["우리 가족 다 어디 갔냐. 살려내라!"]
[김명환/연극 '하이타이' 작가 : "우리가 살아왔던 사실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것을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배우가 수십 개 배역을 넘나들며 격동의 현대사를 증언하고 치유 받는 과정을 그려냈습니다.
[박성진/관객 : "해태 팬으로서 김봉연(선수), 김성한(선수) 이런 분들이, 인물들이 같이 나와서 되게 오랜만에 좋았고요."]
평범한 주인공이 미국 월드시리즈에서 시구를 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연극.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박준석/영상편집:김형기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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