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재난문자 ‘직접 발송’ 가능했는데 안 보냈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재난대응 시스템 미작동 인정…자체 감사는 시도조차 안 해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행안부의 주요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 참사 발생 1시간40분이 지난 뒤에야 서울시가 발송한 ‘재난문자’는 행안부가 직접 보낼 수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행안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모두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자체 감사 등의 절차조차 밟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호 행안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재난안전통신망, 재난문자가 잘 활용돼야 됐음에도 불구하고 원활히 활용이 못 된 점이 있었다”며 “재난문자도 신속하게 보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점 등 이런 부분은 굉장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소관인 재난안전통신망·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재난문자 발송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나온 답변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당일과 이튿날 구조·대응 현장에서는 재난안전통신망이 작동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인 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이 처음 활용된 시점은 오후 11시41분이다. 최초 신고 이후 1시간26분이 지난 시점이다. 재난안전통신망에서 서울소방은 제외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기관 사이의 신속한 소통과 재난 대응을 위해 구축한 재난관리정보시스템 또한 제때 쓰이지 못했다. 재난 발생 시 재난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행안부와 정부기관, 지자체가 지시·보고 사항을 주고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참사 당일인 10월29일 오후 11시36분에 나왔는데, NDMS를 통해서는 30일 0시16분에야 지시사항이 전파됐다.
김 본부장은 “상황 자체가 워낙 급박하다 보니까 대통령 지시사항도 우선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전파됐다”며 “명확하게 재차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뒤늦게라도) 전파했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사회재난 시 재난문자를 발송할 권한이 있었음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참사 당일 재난문자는 서울시가 오후 11시56분 처음 발송했다. 행안부는 그동안 NDMS를 통해 서울시·용산구에 재난문자 발송을 재촉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예규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을 보면, 행안부는 ‘대규모 사회재난 상황정보’의 재난문자를 발송하도록 규정돼 있다.
참사 당일 뒤늦게 발송된 재난문자를 둘러싼 ‘책임 미루기’도 벌어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설명자료를 내고 참사 당일 오후 10시53분 NDMS를 통해 행안부로부터 ‘재난문자방송 송출(필요시)’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설명자료에서 “규정상 서울시는 2개 이상 자치구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해 재난문자를 발송한다”며 재난문자 발송 권한은 용산구에 있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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