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들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시혜로 착각하나”[‘MBC 배제’ 파문]

강한들·이유진 기자 2022. 11. 1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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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공적 감시 대상…트럼프 복사판” 긴급 회견 비판
전문가들도 “비판적인 언론사 제재 의도…보도 위축” 우려

대통령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인도네시아를 순방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용기에 MBC 기자를 탑승시키지 않기로 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대통령실이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8개 현업 언론단체는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밤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MBC 기자에게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 대해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이라며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론단체들은 대통령이라는 공적 인물의 공적 책무 이행에 대한 언론의 취재와 감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은 “대통령의 거의 모든 언행은 언론의 취재보도 대상이 되는 공적 감시 대상”이라며 “특정 언론의 접근을 배제하는 것은 언론 취재보도의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언론단체들은 대통령실에 대해 “비판 언론을 ‘가짜뉴스’로 매도하며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증까지 박탈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사판”이라고도 했다.

대통령 전용기는 ‘사유재산’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언론단체들은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비용은 각 언론사가 부담한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단체들은 언론계 전체의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이들은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물론 사용자단체를 포함한 언론계 전체의 공동 대응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오늘 MBC를 겨눈 윤석열 정부의 폭력을 용인한다면 내일 그 칼끝은 언론계 전체를 겨눌 것이며, 피 흘려 쌓아온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에 불편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이 민주주의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렇게 하면 다른 언론사들도 불이익을 당할까 봐 취재하고 보도하는 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유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현 정권에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자유를 내걸고 있는 보수 정권에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한들·이유진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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