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훼손’ ‘가짜뉴스’…자의적 판단으로 언론 자유 침해[‘MBC 배제’ 파문]

유정인 기자 2022. 11.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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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향과 안 맞는 보도에
유사한 취재 제한 반복 우려
기내 간담회 등 배제되면
사실상 취재 차질 불가피
대통령실 “편의 제한일 뿐”
재개된 출근길 문답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를 해외 순방 전용기 동행취재에서 배제하면서 언론통제 논란에 불을 댕겼다. 윤 대통령은 10일 “해외순방에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MBC가 국익을 해치는 보도를 해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는 취지다. 이례적인 탑승 불허로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책임자의 핵심 공적 활동 취재를 외교 유불리에 대한 자의적 판단으로 제한한 사례를 남기게 됐다. 언론 자유 침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가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면서 수차례 ‘국익’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기자 여러분께서도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취재 편의,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가짜뉴스’ ‘국익 훼손’으로 못 박은 MBC 보도는 지난 9월 미국 뉴욕 방문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다. MBC는 당시 풀(공동취재) 취재 기사를 가장 먼저 기사화하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는 자막을 달았다. 당시 대부분 언론이 유사한 발언으로 보도했지만 대통령실은 MBC의 최초 보도와 자막 처리, 미국 의회 반응 취재 등을 문제 삼아 문제를 제기해왔다.

비속어 발언 진위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했지만 이후에도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산발적으로 나왔다. 여기에 대통령실의 극히 이례적 취재 제한 조치가 더해져 비속어 논란은 언론 자유 침해 논란으로 덩치를 키워 장기화하게 됐다.

‘국익’에 부합하는 보도인지에 대한 판단을 취재 기회 부여의 기준으로 삼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언론의 보도 방향이 정부와 맞지 않을 경우 유사한 취재 제한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을 비판했다고 이런 조치를 취한 게 아니다. 대통령실은 얼마든지 언론 비판을 듣고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면서 “문제는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례적인 전용기 탑승 불허가 ‘취재 제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 편의를 일부 제공하지 않는 것이지 취재 제한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순방 취재 과정에 비춰보면 취재 제한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된다. 일단 전용기 내에서 이뤄지는 대통령과 순방 동행 기자들 간의 기내 간담회 취재 기회에서 원천 배제된다. 국가·도시 간 이동이 잦고, 일정이 촘촘하게 짜인 점을 고려하면 민항기를 이용할 경우 취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언론의 순방 동행 취재를 ‘취재 편의’ 제공 차원으로 해석한 점은 협소한 언론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게 옳으냐는 고민 속에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공적 인물인 대통령의 주요 외교활동은 국민에게 투명하게 전달되고 감시받을 의무가 있다. 출입기자단의 전용기 탑승도 주요한 공적 활동을 신속, 정확하게 전하고 감시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왔다. 대통령의 외교 활동이 투명하게 전달되고 감시받아야 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동행 취재를 ‘취재 편의’ 차원으로 좁혀 인식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용기는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전용기 이용료와 숙식, 프레스룸 비용 등 일체는 언론사가 각자 부담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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