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유출된다... 獨, 반도체 기업 2곳 중국 매각 금지
“숄츠는 친중적” 비판도 영향
독일 정부가 당초 입장을 바꿔 자국 반도체 기술 업체 2곳의 중국 매각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서방에 대한 중국의 경제·안보 위협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 유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한 조치다. 독일이 최근 중국과 경제 협력에 나선 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비판이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9일(현지 시각)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각부 장관들이 참여한 내각 회의에서 반도체 기업 엘모스 생산 시설과 반도체 설비 업체 ERS일렉트로닉의 중국 매각을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회의 직후 “독일은 오늘 반도체와 같은 중요 산업 분야에 있어서 독일과 유럽의 기술·경제적 주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독일 내 중요 기반 시설이나 첨단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더 높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투자가 무산된 ERS일렉트로닉은 반도체 제조 과정의 온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중국이 취약한 반도체 제조 수율(收率)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엘모스는 주로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생산·유통한다. 이 두 기업은 독일 정부가 중국 매각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지난달 27일 “독일 정부가 중국 기업의 엘모스의 도르트문트 공장 인수를 허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량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중국에 자동차용 반도체 공장이 넘어가면 서방 자동차 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독일은 지난달 26일 함부르크 항만 확장 사업에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의 투자를 일부 허용했다. 이달 4일에는 숄츠 총리가 독일 주요 기업 총수들을 데리고 중국을 방문, 경제 협력 확대도 논의했다. 이를 놓고 국내외에서 “독일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과 안보 위협을 키우는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독일 정부 내 고위 관료는 물론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미국 정부까지 나서 “독일 내 중국 투자를 제한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숄츠 총리와 집권 사민당(SPD)은 결국 중국 기업의 독일 투자에 제동을 거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한델스블라트는 “앞으로 핵심 기술을 보유한 독일 기업의 중국 매각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정부는 현재 총 44건의 독일 기업에 대한 외국 기업의 투자 승인을 검토 중인데 이 중 17건(39%)이 중국 기업 투자로 알려졌다. 녹색당 소속의 하베크 부총리는 “독일은 여전히 해외 투자에 열려있고, 이를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예전처럼 순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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