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살아났지만‥트라우마에 무력한 생존자들
[뉴스데스크] ◀ 앵커 ▶
10.29 참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가까스로 구조가 됐지만, 여전히 몸과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한 20대 생존자로부터 그날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유서영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가수의 꿈을 안고 호주에서 한국으로 온 지 1년 반이 된 24살 재외동포 김예림 씨.
참사 열흘이 넘었지만 그날의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휠체어에 앉은 예림 씨의 눈은 지금도 빨갛습니다.
왼쪽 팔다리는 감각이 다 돌아오지 않았고, 상처와 멍자국도 아직 선명합니다.
예림 씨는 그날 밤 친구 3명과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밤 10시쯤, 그 골목에서 인파에 밀려 넘어졌습니다.
[김예림 / 10.29 참사 부상자] "전 아직도 땅 위에 깔려 있었고‥ 근데 사람들이 더 무거워졌어요. 힘들고 그래서 저는 눈을 못 떴어요. 옆에 있는 남자분도 차가웠어요."
겹겹이 쌓여 있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밑에 깔려 있었기에, 구조대가 온 뒤에도 한동안 구출되지 못했습니다.
[김예림 / 10.29 참사 부상자] "오른팔만 안 깔려 있어서 계속 이 팔로 구조대 신발을 잡았는데, 그런데 구조대 분들이‥ 구하지 못하고 계속 미안하다고 좀 기다리라고‥"
지금도 입원 중인 예림 씨는 갈비뼈 골절과 장기 손상, 또 오랜 압박을 받아 근육세포가 죽어가는 '횡문근융해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예림 씨의 일행 중 1명은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예림 / 10.29 참사 부상자] "(친구들은) 괜찮은 줄 알았어요. 제가 맨 처음에 넘어져서‥ 걔네들은 괜찮은 줄 알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나서 너무 충격적‥"
참사 당일 사고가 난 골목 끝쪽에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29살 백준현 씨.
전치 3주 부상은 차차 회복돼가지만, 인터넷에서 불시에 마주하는 당시의 영상은 준현 씨를 그날의 고통으로 몰아갑니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그날의 충격적인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백준현 / 10.29 참사 부상자] "그분들 얼굴이 딱 생각이 나는 거예요. 살 수 있다고 그러니까 그분들이 다 저만 쳐다보던 그 모습이 생각이 나가지고‥"
참상을 목격했던 26살 김혜미 씨 역시, 시간이 지나도 정신적 고통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습니다.
[김혜미 / 10.29 참사 목격자] "긴장을 알게 모르게 계속 하고, 거기 간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닌데 너무 스스로 잘못한 것 같은 죄책감이 좀 들기도 하고‥"
10.29 참사 이후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부상자와 목격자 등에게 진행한 심리 상담은 2천 7백여 건에 달합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은 그날의 비극이 남긴 트라우마 앞에서 무력할 뿐인데, 그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영상편집: 조민우,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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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조민우, 조아라
유서영 기자(rs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25772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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