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안부는 손도 안 대면서 구조 애쓴 소방서장 입건한 수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지휘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최 소방서장이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구급 처치에 필요한 활동을 적절히 지시하지 못하고, 소방 대응 2단계 발령 권한이 있음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구급차들이 한데 엉켜 구조가 늦은 것도 그의 책임이라고 봤다. 서울 각지에서 구급차들이 연이어 출동했는데 현장 혼선으로 환자 이송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최 소방서장은 참사 당시 시민들이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국가 관료였다. 참사 당일 비번이었던 최 소방서장은 시장도 구청장도 경찰청장도 경찰서장도 없던 현장에 가장 먼저 가서 마지막까지 구조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최 소방서장이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시간은 참사 발생 13분 뒤인 29일 오후 10시28분이다. 2단계 발령은 오후 11시13분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내렸다. 특수본은 최 소방서장이 해밀톤호텔 옆 골목 압사 현장을 목격하자마자 곧바로 2단계 발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본다. 그러나 당시 최 소방서장은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구조·구급 업무 외에 인파와 교통 관리 업무까지 챙겼다. 마이크 잡은 손을 벌벌 떨며 사상자 수습과 구조 상황을 언론에 브리핑도 했다. 이런 최 소방서장을 주머니 먼지털기 식으로 입건하다니, 참으로 정의롭지 못한 수사다. 이런 식이라면 현장에 어슬렁거리며 도착한 용산경찰서장이나 112상황실을 지키지 않은 당직 총경,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충북 제천에서 연락이 두절된 윤희근 경찰청장, 그리고 지금까지도 당일 행적을 밝히지 않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당장 인신을 구속해야 마땅하다.
특수본 수사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 소방서장에게 비수를 들이댄 수사팀은 정작 책임이 막중한 이상민 장관과 행안부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최 소방서장은 물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소방관·경찰관 누구도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의 ‘셀프 수사’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10일 야 3당이 제출한 국회 국정조사요구서가 본회의에 보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우선이라고 했지만, 민심과 유리된 판단이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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