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여전히 남은 깊은 상처’ 오홍자 할머니
[KBS 제주] [앵커]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일흔여섯 번째 순서입니다.
오홍자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그 후유증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지며 홀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아직도 4·3이 남긴 응어리를 안고 살고 있는 오홍자 할머니를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오홍자/4·3 희생자 유족 : "아버지는 엄청 (무남독녀인) 저를 이뻐해서, 어디 가면 먹을 것도, 집에서 안 먹는 것 있으면 조금이라도 가져와서 주고."]
[오홍자/4·3 희생자 유족 : "(4·3 발발하니까) 우리도 집 옆에 숲이 있었어요. 거기 숨었다가 밤에는 와서 집에서 살고. (1948년) 음력 10월 28일 날은 하루에 다 (집에) 불을 질렀데요 전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살림, 먹을 것, 옷감 다 가져가 버리고 동시에 불을 붙이니까 갈 데가 없어서, 곶자왈 같은 깊숙하고 큰 숲이 있어요. 거기 가서 낮에는 숨고 (밤에는) 그 옆에 조그마한 동굴이 있어요. (그렇게 지내다) 아버지가 하는 말이 우리도 내려가서 한 번에 죽어야지, 여기 살 수가 없습니다. 살길이 없습니다 이제는."]
[오홍자/4·3 희생자 유족 : "우리 할머니하고 어머니하고 저하고, 우리 아버지하고 같이 내려오는데 저 위에서부터 다 손을 들고 왔어요. 손을 들고 오니까 정문 열어서 죽이지도 않고 내려갔는데 거기서 연락을 하니까 지서에서 와서 데려갔어요. (주정공장에 가보니) 미리 잡혀간 사람들은 얼굴도 시커멓고 얼굴색이 없었어요. 이만큼 붓고 (감옥 안은) 좁은 데다 누워있을 수도 없게 사람이 많았어요. 다 이렇게 기대고 맞고 와서 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누가 이렇게 (눕히고) 아버지 (취조실) 데려가서 (내가 직접) 보니까 '아이고 살려주면 바른말 하겠습니다. 살려주면 바른말 하겠습니다.' (거꾸로 매달고) 막 때리다 이렇게 말하면 내려놓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산에 가야 산다고 하니 갔습니다.' 하니까 아니라고 하면서 팍팍, 발로 차고 아이고 말로 하면, 눈으로 안 보면 표현할 수가 없어요. 할머니가 밥을 우리 아버지 입에, 손으로 이렇게 뜯어서 입에 넣어줘요. 넣어주면 먹을 수가 없으니 혀로 이렇게 밀어요. 할머니는 이거라도 먹어야 살지, 안 먹으면 어떻게 사냐 막 울고, 저도 어려도 안타까워서 울고."]
[오홍자/4·3 희생자 유족 : "하루는 아이들이나 나이 든 분들, 여자들은 차에 타면 가고 싶은 곳 실어준다고 차에 타라고 해요. 요만큼 밥도 못 삼키는 아버지를 두고 할머니랑, 어머니랑 저랑 와보니 여기 남원 바닷가였어요. 아버지와 헤어진 채로 행방불명으로 살다가 1950년 10월에 뭐가 왔어요. (동네 어른이) 이 아이 아빠 죽었다고 전보가 온거야. (같이 형무소 갔다 살아 돌아온 친척이) 대구형무소에서 몇 개월 살았고, 부산 내려갔는데 우리 아버지가 오두찬이에요. (간수에게) 오두찬이라는 분 죽었나 살았나 알 수 없을까요 했더니 그 사람 어제 죽었어요(라고 대답했답니다.)"]
[오홍자/4·3 희생자 유족 : "할머니가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하니, 아주 사는 것이 힘들어서 살 수가 없어서 좀 아프다고 하더니 병이 나서 얼마 못 살고 우리 어머니도 돌아가셨어요. 저는 10살부터 엄마, 아빠도 없고 저 혼자. 저 고생한 것은 조금도 후회가 없어요. 저는 오래 살았으니까, 살아서 좋은 것을 다 보고 살아 있으니까.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그렇게 그 매를 맞고 그런 고생을 해서 바짝 말라서 죽은 것 아니에요. 우리 큰아들 공무원 하려고 공부하려니까 그것 못한다 하지 마라, 나 때문에, 외할아버지 때문에 안 된다. (아버지가 재심에서) 무죄판결 받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저희 손자들이 공부해서 공무원이 된다고 해도 될 수 있구나 해서 너무 기뻐요."]
유용두 기자 (yyd9212@kbs.co.kr)
강재윤 기자 (jae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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