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그 날의 경찰, 이태원보다 대통령실이 중요했던 이유

신동윤 2022. 11. 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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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당일 신고 전화를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6시 34분에 첫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 되면 그게 아마 거의 아비규환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은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까?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할 책임은 어디에 있습니까? 경찰에 있어요.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 아닙니다. 정보 역량도 뛰어나고.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
- 윤석열 대통령

오후 6시 34분 첫 신고가 접수된 이래 사고 발생까지 경찰이 받은 신고는 총 11건이다. 현장 경찰은 용산경찰서에 기동대 급파를 요청했지만 경찰 지휘부는 묵살했다. 같은 시각 대통령실에서 약 1km 떨어진 삼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집회 시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 이태원 참사 당일 48개 기동대는 사고 현장과 불과 2km 떨어진 곳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 경비 업무에 집중했다.

위험을 알리는 보고가 묵살당한 것은 참사 당일뿐만이 아니었다. 참사 나흘 전에는 이태원파출소장이 경찰청 내부 메신저를 통해 서울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에 '핼러윈데이에 교통기동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경력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때도 지휘부의 응답은 없었다.

또 그다음 날 용산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위험이 경고됐다. 이 보고서는 실제 참사가 일어난 해밀턴 호텔 일대를 정확히 언급하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안전띠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용산서 정보과장은 이 보고서를 묵살하고 '대통령실 집회를 챙기라'라고 지시했다. 참사 이후, 용산서 정보과장이 해당 직원에게 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회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장과 경비과장 등 용산서 지휘관들은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일대에서 벌어진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 시내 경찰기동대 48개 부대가 총동원됐다. 이 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시각 13만 명의 인파가 몰린 이태원에는 137명의 경찰관이 배치됐다. 그마저도 인파를 관리하는 혼잡경비 업무를 맡은 경력은 없었다.

▲  10월26일 용산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작성한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 

경찰 지휘부는 왜 현장 일선에서 수차례 제기된 참사의 전조를 무시했을까. 대통령실 경비에 쏟아부은 경력의 일부라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투입할 순 없었을까. 취재진은 20년 이상 경력의 현직 경찰관들을 만나 물어봤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

대통령실 경비에 총력 기울인 이유... 당근과 채찍

취재진이 만난 일선 경찰관들은 대통령실 이전과 이후 용산경찰서의 역할과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전이 이뤄진 지난 6개월, 용산서 지휘부의 관심은 대통령실 경비 업무에 쏠려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이전은 용산경찰서 지휘부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만에 하나 대통령실 경비에 실패할 경우 지게 될 무거운 책임이 위기라면, 집회를 잘 통제했을 때 돌아오는 지휘부의 승진은 기회다.

대통령실에 대한 경호, 지키는 그런 경비가 실패했을 경우에는 바로 나가요. 바로 나가요 잘못되면, 그것이 잘못되면 책임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한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 용산경찰서 경찰관

예를 들어서 경비가 무너져버렸다 하면 이것은 그 정도 뉴스에 살짝만 떠도 청장들이나 경찰청장이나 서울청장 같은 거 날라간다고 봐야 돼.
- 서울 소재 경찰서 현직 경찰관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잘 통제할 경우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게 경찰 내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되기 전에는 광화문 경비를 담당하는 종로경찰서가 '경찰 승진 1번지'로 불렸다.

실제로 뉴스타파 데이터팀이 지난 20여 년간 역대 종로경찰서 서장의 승진 과정을 분석해 봤더니 실제 역대 종로서장 23명 중 11명이 치안감(2급 이사관급) 이상 승진하며 승승장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총경(4급 서기관급) 승진자 명단을 보면, 다른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각 1명 내외의 승진자가 나온데 비해 같은 기간 종로경찰서에서는 7명이나 되는 총경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5년 간 청와대 경비를 맡은 종로경찰서에서는 7명이 총경으로 승진한 데 반해 용산경찰서는 1명 만 총경으로 승진했다.

12만 경찰에게 있어 승진은 강도 높은 업무의 보상받는 유일한 방식이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종로경찰서의 위상은 고스란히 용산서로 옮겨가게 됐다. 앞으로는 용산서의 대통령실 경비 업무가 경찰 고위직 승진의 등용문이 된다는 의미였다.

예전 같은 경우면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나 정보과장이 집회시위 잘 막으면 승진했고, 묵시적으로 다 알지 우리 조직에서는 그렇게 하니까. 어쨌든 올 연말 승진 인사는 사실상 용산서장과 경비과장은 무조건 승급 케이스로 있던 사람들이었어요.
- 서울 소재 경찰서 현직 경찰관

대통령실 이전에 치안 공백도 생겨

대통령실 경비에 관심이 쏠려 있는 건 상급 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도 마찬가지다. 서울지방청은 대통령실 이전에 맞춰 용산경찰서가 대통령실 경비 업무에 집중 투입되도록 인력과 관할을 조정했다. 지난 5월 10일 발표된 서울지방경찰청 훈령에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서의 경비작전계, 정보계 경찰관이 각각 7명 충원된 것이 확인된다.

▲ 서울특별시경찰청 훈령 제364호 (2022. 05. 10.)

또 서울지방청이 22년 상반기에 작성한 ‘용산경찰서 지역경찰 관할 조정(안)’을 보면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되면서 관할을 조정한 것으로 나와 있다. 용산경찰서 일선 경찰관은 이렇게 관할이 조정되면서 지역 치안 관리보다 대통령 경호에 더 무게가 실렸다고 말한다.

경호 같은 것도 타 경찰서에서 차출을 많이 하고, 차출이 자주 있고 하다 보면 그런 거에 많이 신경을 쓰죠. 도보로 돌아다니면서 높은 건물이나 경호상에 위해되는 건 없는지에 대한 순찰을 도는 팀을 만들었단 말이에요. 그 인원은 빠져 나가잖아요, 물론 더 받는다고 하지만. 그게 뭐예요 벌써 경호에 신경을 더 썼다는 거잖아요.
- 용산경찰서 경찰관

결국 경찰 조직 정점으로부터 내려온 메시지에 따라 용산경찰서의 업무 무게중심과 지휘부의 관심이 대통령실 경비에 쏠리게 됐고, 시민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참사 이유, 보고 체계 때문이라는 경찰 수뇌부... 반성과 성찰 없어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경찰 수뇌부는 경찰 대응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안위를 챙기느라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경찰 조직을 잘못된 방향, 잘못된 메시지로 이끌었다는 반성은 볼 수 없었다.

총체적 지휘책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서울청장으로서 보고체계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

저희 경찰 내의 보고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고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 윤희근 경찰청장

용산경찰서 경찰관은 서울청 소속만 81개 기동대가 있고, 필요하면 지방청에서도 지원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상황에 10만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에 3개 기동대조차 지원을 안 했다는 건 집회에만 신경 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과거에 문제가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경찰 수뇌부를 비판했다.

혼잡경비를 통해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일이었는데 기동대 배치를 안 해서 혼잡경비를 아예 손놓고 있었다는 것 자체부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책임을 면할 수가 없죠.
-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찰 장악에만 몰두한 윤석열 정부... 책임 면할 수 없어

윤석열 정부 들어 31년만에 부활한 경찰국이 시민 안전보다 정부의 안위를 살피는 경찰 내부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설된 행정안전부 내부 경찰국은 산하 외청인 경찰청에 대한 인사권 및 승인이 필요한 중요 정책 사항을 관장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월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민정수석실 등에서, 밀실에서 불법적으로 지휘하던 경찰에 대한 그런 통제를 이제 공개된 행안부 안의 경찰국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투명하게 운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후 3개월이 지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말이 달라졌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 언론에 “경찰력을 미리 배치해 막을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라고 말하며 정부의 책임을 회피했다.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냐는 것은 수사와 감찰을 통해서 파악이 돼요. 그런데 그 잘못을 저지른 사람 선에서 꼬리 자르기로 책임 추궁이 끝날 일은 아닌 거죠.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낸 그러한 경찰 운영 방향을 만들어낸 상층부의 책임이 있는 것이죠.
-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국 신설 당시 이미 안전 참사는 예견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국이 신설되면 집회 시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책임 치안에서 정부의 치안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부분을 이야기했었거든요. 승진 때문이죠. 인사죠.
- 민관기 경위 / 경찰직장협의회장

뉴스타파 신동윤 shint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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