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 호반건설서 4억 받은 정황 나왔다

안정훈 2022. 11. 1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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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용역비 부풀려
정진상에 비자금 전달한 듯
檢 "李·鄭은 정치적 공동체"
"대장동 사업변경 李에 보고"
측근들 수시보고 진술도 확보
남욱 "정진상, 대장동 수익
저수지 넣어 선거때 쓰자"
정진상 "檢, 없는 죄 만들어"

소위 '대장동 일당'이 2014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을 마련하고자 호반건설을 통해 약 4억원을 조성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검찰은 해당 자금이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됐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실장이 조만간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검찰은 이 대표가 이러한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가 집행한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는 2014년 4~6월에 호반건설에서 조성한 4억원의 비자금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통해 정 실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당시 남 변호사가 비자금 조성을 위해 호반건설 임원인 김 모씨에게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분양대행 용역 대금을 과다계상해 지급해달라고 요청했고, 모 분양대행업체 대표를 통해 이러한 자금을 수뢰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4억여 원이 호반건설→분양대행업체→남욱→김만배→유동규→정진상 순으로 전달된 것으로 본 것이다. 검찰은 영장에서 "유 전 본부장은 위와 같은 사실을 모두 피의자(정 실장)에게 보고해 피의자도 이 대표의 재선을 위한 불법 선거자금이 어떻게 조달되는지 알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어 영장에서 정 실장과 이 대표가 '정치적 공동체'라고 표현해 이 대표가 자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조만간 정 실장을 소환해 이 대표의 인지 여부에 대해 추궁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9일 정 실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에 더해 정 실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동시에 청구했으나 체포영장은 기각됐다. 정 실장이 공개적으로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고 밝힌 점을 법원에서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정 실장 자택과 국회 본청 민주당 대표 비서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끝마치고 자료 분석에 들어간 만큼 이를 기반으로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 유력하다. 검찰은 전날 국회 민주당 대표 비서실에서 확보한 컴퓨터에서 운영체제가 재설치되는 등 증거인멸을 한 흔적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10일 이와 관련해 "검찰은 '삼인성호(三人成虎)'로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며 "단언컨대 그 어떤 부정한 돈도 받은 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외에도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일당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주는 정책 변경 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 등은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와 성남시 관계자 등으로부터 이 대표가 2016~2017년 수차례 대장동 사업에 대한 대면보고를 받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 비서실 소속이었던 현직 공무원과 대장동 사업을 신흥동 제1공단 사업과 분리하는 작업을 맡았던 분당구청 건설과 공무원에게서 "정 변호사가 자주 이 대표 대면보고에 들어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9월 검찰이 이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했던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에 대해 보고 받은 횟수는 최소 6차례 이상이다.

또 검찰은 최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정 실장이 '대장동 수익금을 저수지에 담가 놓고, 이재명 선거 때 꺼내 쓰자'고 했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의 막대한 이익이 민간업체들에 돌아가게 설계하고, 이를 선거용 자금으로 마련하려 했던 대장동 일당의 계획을 이 대표도 최소한 인지하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이러한 수사 결과를 기반으로 지난 8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이 요구한 특혜들이 정진상 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전달돼 의사결정에 반영됐다'는 취지로 적시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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