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승부] "핼러윈 축제에 왜 많은 인원 몰렸나? 젊은 세대가 즐길 문화 없어"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00~19:00)
■ 방송일 : 2022년 11월 10일 (목요일)
■ 대담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면승부] "핼러윈 축제에 왜 많은 인원 몰렸나? 젊은 세대가 즐길 문화 없어"
-참사 당일 이태원 찾은 인원들, 핼러윈 축제 때문에 찾은 건 아냐
-핼러윈 축제 간 개인에 책임 묻거나 행태 지적하는 건 적절치 않아
-추모 위해 행사 일정 취소, 무조건 취소하기보다 애도 형식 갖춰야
◇ 이재윤 앵커(이하 이재윤)>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4부, '문화로 K를 읽다' 시간입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은 한국 문화도 아닌데 굳이 왜 거기에 가서 축제를 즐겼냐"며 핼러윈 파티에 갔던 것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각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들어보고, 사고 이후 애도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헌식 문화평론가(이하 김헌식)> 안녕하세요.
◇ 이재윤> 핼러윈 서양 문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핼러윈, 서양 문화 맞죠?
◆ 김헌식> 사실 북구의 켈트 쪽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맥락은 비슷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조상신이 오시면 차례상을 주는 걸 생각하실 수 있잖아요. 다만 우리는 이제 제사상에 햇곡식으로 밥을 올린다든지 아니면 떡국을 올리거나 이런 걸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사탕, 초콜릿을 형태로 이제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 맥락이 다른데, 다만 조상신 복장을 하는 거죠. 그래서 그게 나중에 마녀 복장이라든지 유령 복장으로 진화한 그런 측면에서 보실 수가 있겠습니다.
◇ 이재윤> 핼러윈에 대해서 잘 모르는 기성세대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 명절도 아닌데 서양 귀신 모시는 행사인데, 왜 거기 가서 즐기냐. 이렇게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런 비판 어떻게 봐야합니까?
◆ 김헌식> 일단 첫 번째는 핼러윈데이가 아니었죠. 10월 마지막 날이 핼러윈데이기 때문에 사실상 참사가 일어났다는 핼러윈데이 행사가 거의 없었던 측면이 있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는 여기에 가신 분들은 핼러윈데이 때문에 간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주말을 맞아서, 특히 10월 마지막 주이기 때문에 한참 단풍이 드는 계절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왔던 분들이 어디를 갈까 하다가, 예를 들면 홍대를 갈 거냐. 아니면 이태원으로 갈 거냐. 강남으로 갈 거냐라고 했을 때, 그래도 요즘에는 좀 힙하다 하는 곳이 이태원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한번 가보자라고 해서요.
◇ 이재윤> 핼러윈 축제가 그쪽에서 그래도 좀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 축제를 보기 위해서 간 것 아닙니까?
◆ 김헌식> 아니요. 축제라는 게 실체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날이 핼러윈데이 축제의 날도 아니고요. 다만 거기 가면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다른 면이 있겠지라고 했는데, 사실은 그런 분들이 핼러윈데이에 관련된 복장을 한 분들이 전체 인원 중에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거죠.
◇ 이재윤> 굳이 핼러윈 축제 때문에 간 건 아니다.
◆ 김헌식> 그리고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핼러윈 축제를 분장을 하거나, 그걸 의식하고 가신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핼러윈데이 때문에 가서 그런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라고 도식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고요. 또 한편으로는 여기에 간 개인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그 행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참여했던 많은 분들은 평소에 공부 열심히 하고요. 그다음에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했던 분들이 잠시 휴식을 위해서 어쩌다 한번 들렸던 곳이지, 거기에 실제로 항상 상주하다시피 있었던 사람들은 이렇게 인파가 몰리면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이미 예상을 하거든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자신이 원래 가던 공간까지도 안 가는 상황이어서, 이날 많은 분들이 몰렸는데 그분들은 대부분 평소에 이태원이라는 공간에 잘 안 가던 분들이 간 겁니다. 실제로 보면 지방에서 오신 분들도 상당히 많았고요. 그래서 항상 이태원의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거꾸로 무슨 얘기냐면, 이태원의 지형, 지물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이 이런 때는 한꺼번에 많이 몰린다는 겁니다. 이런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기의 보호 조치도 못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떤 대책이 나왔어야 되느냐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래서 너무 핼러윈데이에 빠져서 그것 때문에 개인의 어떤 행태들에 대해서 지적하는 관점들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생각이 들고요. 특히 외국인들이 상당히 이번에 많이 또 참사의 희생자가 됐는데요. 그 외국인들은 한국을 사랑하는 분들이에요. 그러니까 K-콘텐츠를 포함해서 한국의 문화를 접하고, 그것 때문에 유학을 오고 또 심지어는 이란 친구들 같은 경우는 다 박사 과정생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들조차도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또 공부하는 학생, 청춘들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는 점이고요. 그다음에 이태원이 기존의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공간과 다릅니다. 기존의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이태원 공간은 뭔가 쾌락적이고 유흥적이고 마약이 많을 것 같고, 그렇지만 새로운 세대가 만든 이태원 공간은 그런 공간이 아닙니다. 다문화적인 공간이고, 자기표현을 하고, 그다음에 공유하는 그런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는데. 그것을 옛날 관점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재윤> 굳이 핼러윈이라는 축제를 보고 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쨌든 중요한 것은 MZ세대가 즐길 만한 문화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있어요. 즐길 만한 문화가 거의 없다보니까, 핼러윈이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하는 분석도 있지 않습니까?
◆ 김헌식> 중요한 거는 지금 세대들이 왜 이렇게까지 많이 몰렸느냐. 이게 저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10월의 마지막인데, 사실 전통적인 그런 축제 관점에서 봤을 때 서양의 추수 감사절에 해당하는 추석 같은 경우는 음력에 기준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9월달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10월 초순에 몰려 있는 경우도 꽤 되기 때문에 10월 중하순에 한참 단풍이 절정기일 때 마땅히 기성세대는 단풍놀이를 가지만 젊은 세대가 즐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 현재 젊은 세대의 문화는 많이 바뀐 게 무조건 SNS를 매개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렇게 많이 간 것은 핼러윈데이가 아니고 거기에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을 하게 됩니다. 캐릭터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 봤을 때는 또 다른 분신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감정 몰입을 하고 동일시를 하게 되면서 그 사진을 찍어가지고 인증하는 문화가 있거든요.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자기가 마치 왕이 된 듯한, 그리고 귀한 사람이 된 것처럼 복장을 취하고 사진을 찍어서 그걸 SNS에 공유하는 문화 때문에 한복이 부곽이 된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한복을 전통 관점으로 생각을 한단 말이죠. 그래서 젊은 세대의 문화적 트렌드가 바뀌었고, 그것을 마침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이태원이었다는 것.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몰릴 수 있는 그런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그러면 대책이 어느 방향에서 있어야 되는지를 충분히 저는 공감할 수 있었다고 보고, 그런 문화적 관점들이 없었기 때문에 참사의 가중 요인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이재윤> 이번 이태원 참사로 문화예술계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참사 이후에 국가 애도 기간도 있었고, 그 즈음에서 계획돼 있었던 콘서트나 공연, 축제 모두 취소가 됐어요. 참사 때마다 이렇게 문화예술 행사가 취소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헌식> 일단 세 가지 의사결정이 있거든요. 첫 번째는 취소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연기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축소하는 겁니다. 그런데 공공 부문에 있어서는 거의 다 제가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소보다는 저는 다른 식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서양 같은 경우는 레퀴엠이라고 하는 음악 장르가 있습니다. 이건 죽은 분들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곡이기도 하죠. 이게 역사적으로 한 1천여 곡 이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곡을 중심으로 공연 양식을 만들면 되는 것이고요. 또 최근에 진도 같은 경우는 국민 행사가 있었는데, 여기에 진도 씻김굿을 통해서 행사를 계속 이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무조건 취소하기보다는 그 콘텐츠 내용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내용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죠.
◇ 이재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그 안에 추모의 내용을 넣는다는 것이네요.
◆ 김헌식> 그렇습니다. 공연, 행사 아예 못하게 한다는 건 이건 거꾸로 참사에 대한 본질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의심도 살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이재윤> 지금 정부에서 국가 애도 기간 중에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 패용과 관련해서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해 달라는 지침을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근조(謹弔)라는 글씨가 들어간 것을 착용하지 못하게 한때 하지 않았습니까? 관련돼서 리본 패용 지침, 어떻게 보셨는지요.
◆ 김헌식> 이게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지침이 내려갔는데 권고가 아니고 지시 사항이었어요. 그런데 일단 아시다시피 근조가 새겨진 검은색 리본은 많은데 없는 경우는 사실상 구하기가 힘들어서 제대로 조달을 못 되고 합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일선 학교 현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나 교직원 같은 경우에는 그런 리본을 착용할 수 없고, 그리고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참사 트라우마로 학생들이 고통 받는데, 이런 검은색 리본 착용 여부까지도 스트레스를 줘서 되겠느냐는 일선의 목소리가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애도하는 방식에 있어서 보편적인 상식과 가치 지향을 문화적으로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가가 제일 중요하겠고, 앞으로도 문화적으로 오래 기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재윤> 예, 알겠습니다. 핼러윈 축제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헌식> 네, 감사합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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