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에 연애·결혼 꺼리는 여성들…'독박노동' 분담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이은지 기자
[앵커]
자 '이대남', '이대녀'. 이런 단어 요새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올해 대선에서 20대 남성이랑 여성의 지지후보가 확 갈리면서 화제가 된 용어였죠. 또 온라인에서는 '여성혐오 범죄', 이걸 두고도 논란이 치열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젠더 갈등', 이게 저출생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여러분 혹시 해보셨나요?
CBS에서는 지난 5주간 젠더 관점에서 바라본 저출생과 해법을 모색하는 연속 보도를 해왔는데요. 관련 취재를 이어온 사회부 이은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한 달 전쯤 이은지 기자가 소멸위기지역, 경북 의성 다녀와서 여기 출연하셨잖아요. 오늘은 인구 위기와 관련해서 '젠더' 이야기를 하신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저출생은 물론 굉장히 복잡한 문제지만, 사회적 '젠더 갈등'이 그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겁니다. 최근 이른바 'MZ 세대'라 불리는 20·30대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대하는 태도가 성별에 따라 확연히 나뉘는 것으로 나왔는데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저출산 인식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은 19세에서 34세 청년 1천여 명 중 65%는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요. 특히 '스스로 원해서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70% 중에서 여성의 비중이 82%로, 61%를 기록한 남성보다 높았습니다.
[앵커]
아, 좀 차이가 나네요.
[기자]
네, 반대로 (연애를) 하고는 싶은데 상대가 없어 못한다는 이들은 남성이 38%로 17%인 여성보다 많았습니다.
[앵커]
이건 거의 두 배 차이 나는데… 전반적으로 하여튼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 굉장히 미지근해진 분위기, 그런데 남성들이 연애가 더 아쉽다'.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어요. 결혼도 비슷한가요?
[기자]
맞습니다. 연애의 다음 단계로 여겨지는 결혼도 생각이 없다고 밝힌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습니다. 남자들은 결혼에 뜻이 없는 이유 1위가 '경제적 여유가 없다'였던 반면 여자들은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해서'였습니다.
[앵커]
결혼 안 해도 행복하다?
[기자]
네 그렇죠.
전문가들은 6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지난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젠더폭력 사건들도 여성들에게 파트너가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합니다.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잔 생각으로 연애를 꺼릴 수 있다는 거죠.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기로 한 '비혼(非婚)'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 후 여성이 '독박 육아'와 가사노동에 매이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합니다.
<비혼 1세대의 탄생>(2020) 저자인 홍재희 감독입니다.
[홍재희 영화감독 겸 작가]
"실제로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에도 실직한 적이 있고요. 어머니가 그러면 사실 가부장으로 이제 밥벌이를 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가사노동을 비롯한 모든 건 어머니가 다 책임졌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왜 그래야 될까'가 항상 의문이었고, 그게 너무 불합리하게 느껴졌어요."
[앵커]
자, 저희가 지금 데이터로 나온 결과에 대해 이런 해설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을 보면서 느낀 점들도 좀 많았을 거 같아요.
[기자]
네, 일단 육아휴직 등을 하면서 따라오는 '경력 단절' 문제를 들 수 있는데요. 흔히 고소득 전문직 여성은 형편이 좀 나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 김나영 박사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 김나영 부연구위원]
"전문직이고, 기업에서도 맡은 일이 중책(인 사람)들이 점점 관리직이 되다 보니까 이게 1년, 그 다음에 출산휴가까지 포함해서 대략 1년 3~4개월, 1년 반이 돼버리면 여기서 오는 업무 강도, 능력의 차이가 굉장히 커요."
또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지위가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이 더 많다 보니까,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거죠.
결국 여성들이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것,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함께 남성들이 돌봄 노동을 분담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을 어느 정도 강제하고, 보전 급여를 상향해야 한단 주장도 나옵니다.
아내와 두 딸을 공동육아 중인 30대 아빠 김진환씨는 얼마 전 인사팀장으로 재직 중인 회사의 육아휴직을 의무화시켰는데요. 김씨의 목소리로 한 번 들어보시죠.
['육아대디' 김진환씨]
"인사담당자로서 느끼는 게 임신과 출산을 사실은 축하해줘야 되는데 많은 여성근로자 분들이 첫마디가 그래요. '어떡하죠. (저 임신했어요)' 그걸 어떻게 하면 좀 해소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
[앵커]
아, (육아휴직) 의무화 정말 좋은 대책 같아요. 오늘 CBS도 복지부랑 같이 인구포럼을 열었는데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자녀 수는 줄어도 돌봄의 질과 양은 오히려 더 늘어나게 된다는 분석이 있었는데요. 고령화에 따른 부양 장기화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일-가정 양립은 일하는 여성만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발제자였던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입니다.
[진미정 교수]
"일-가정 양립, 일-생활 균형이라고 생각할 때 이것은 일하는 엄마들이 해결해야 되는 문제, 또는 일하는 엄마들을 지원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일-생활 균형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기혼자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혼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앵커]
네 돌봄노동이 특정 성별에 집중되고 있고, 결국 이 문제가 저출생, 우리 사회 전반을 흔드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 짚어봤습니다. 이은지 기자 수고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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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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