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경고등①] 토종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나무, 멸종 직전

2022. 11. 1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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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MBN은 앞으로 기후 변화로 발생하는 산림 속 이상 징후들을 연속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녹색 경고등', 그 첫 순서는 구상나무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많이 사용되는 한반도 토착 나무인데, 기후 변화로 멸종 직전에 몰렸다고 합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민경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가을이 한창인 지리산.

산 아래쪽은 단풍이 활짝 피었지만, 높은 봉우리 인근 곳곳에 하얀 나무들이 있습니다.

한쪽 비탈은 물감이라도 뒤집어쓴 듯 하얀 나무로 가득합니다.

가까이 가보니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껍질이 벗겨진 채 죽은 나무들입니다.

해발고도 1,500m 이상 고산 지대에서만 자라는 한반도 토착 침엽수, 구상나무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해외 수출까지 이뤄질 만큼 수려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구상나무가 최근 몇 년 새 집단 고사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민경영 / 기자 - "이쪽은 살아있는 구상나무, 이쪽은 고사한 구상나무입니다. 중간 중간 이렇게 벌레가 파먹은 흔적이 보이는데요. 이 상태로 몇 년이 더 지나게 되면 이렇게 완전히 부러지게됩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AI를 통해 지리산 내 구상나무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 인터뷰 : 최규성 / '공간정보' AI 전문 업체 부대표 - "항공사진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딥러닝 기술을 활용했어요. 넓은 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중에서 고사목을 특정…."

지리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고사율은 대략 80% 안팎, 특히 2008년 이후 고사한 개체가 27,421그루로 전체 고사목 중 71%를 차지합니다.

특히 지리산 최정상인 천왕봉 인근에선 90%가 고사해 사실상 전멸 상태입니다.

유력한 원인으론 기후 변화가 지목됩니다.

구상나무는 연중 강수량이 일정해야 잘 자라는데,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로 겨울철 강수량이 줄면서 집단 고사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겨울 강수량은 최근 몇 년 간 줄어드는 추세로, 지난해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최악의 겨울 가뭄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전성기 / 한국임업진흥원 지능정보실장 - "(겨울에) 땅은 얼어 있는 상태에서 물은 공급이 안 되고 기온은 이상기후로 올라가니까 잎에 있는 수분들은 날아가는데 뿌리에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해서…."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지난 2011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산림 곳곳에 구상나무 복원 시험지를 조성하는 등 보존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MBN뉴스 민경영입니다. [business@mbn.co.kr]

영상취재 :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 그래픽 : 김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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