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도루 레전드 코치의 깨달음…"주자를 '나'로 생각한 게 시행착오였죠"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처음에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선수들의 능력을 내가 알았어야 했는데, 내가 주자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선수들이) 무리하게 했죠."
이종욱 NC 다이노스 주루코치는 선수 시절 리그 최정상급 주력과 센스를 자랑했다. 이 코치는 김경문 감독 시절 두산 베어스 육상부의 주역이었다. 2006년 51도루 도루왕을 차지했고, 2007년과 2008년은 2년 연속 47도루를 기록했다. 2018년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개인 통산 도루 340개를 기록해 KBO 역대 1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과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었다. 이 코치는 처음 주루 파트를 맡았을 때 '나'를 기준으로 삼았다가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이 코치 본인이 뛴다고 가정하면 살 수 있는 타이밍이었는데, 그 기준을 선수들에게 대입하니 오류가 생겼다. 초보 코치는 각 선수의 능력을 파악해 상황마다 다른 작전을 내야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하며 깨달았다.
이 코치는 "처음에는 '나는 될 것 같은데, 나였으면 벌써 도착했을 것 같은데' 이러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런 경험이 많은 공부가 됐다. 나는 이 타이밍이면 됐는데, 선수들 각각의 타이밍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게 늦었던 것 같다. 그게 내게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되돌아봤다.
시행착오를 겪은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NC는 이 코치가 1군 주루 파트를 담당한 2020년부터 꾸준히 도루 부문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2020년과 지난해 2년 연속 팀 도루 101개로 4위에 올랐고, 올해는 100개 수준을 유지하면서 3위로 한 계단 더 올라섰다.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다양한 득점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뛰는 야구가 중요하다. 강인권 NC 감독은 다음 시즌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전 야구를 구상하고 있다. 이 코치는 마산구장에서 진행하는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조금 더 과감하게 뛰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 코치는 "지난해 우리가 안타 수(1260안타, 5위)는 많이 나왔는데, 득점 경로가 많이 없었다. 안타는 많이 쳤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적게 나와 자책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무리를 해서라도 단타에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플레이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안타 2개에 1점이 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독님께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해달라고 당부하셨다. 그래서 공격적인 주루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팀이 생각보다 발이 빠르진 않은 팀이다. 주전 라인업에서 진짜 발이 빠른 선수는 (박)민우 한 명 정도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발이 느려도 생각만 잘하고, 시야만 더 넓히면 충분히 공격적으로 뛸 수 있다는 것을 계속 주입시키고 있다. (박)건우도 주루가 괜찮은 선수인데, 올해는 허벅지를 다치는 바람에 거의 뛰질 못했다. 내년에는 많이 뛰어줄 것이다. 다치지 말고 제발 잘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뛸 준비가 돼야 이 코치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타격 훈련할 때 안타 하나를 더 치기 위해 노력하듯, 주루도 한 발 더 뛰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코치는 "도루가 발만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루에 관심이 없으면 치고받는 것밖에 안 하게 된다. 그래서 주루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경기 내내 3루 옆에 서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언제 승부를 걸어야 할지 늘 상대 팀과 타이밍 싸움을 하는 게 이 코치의 일상이 됐다. 어떻게든 주자를 살려서 홈까지 보내기 위해 본인 선수 시절보다 더 세심하게 타이밍을 보는데, 여전히 실수는 나온다.
이 코치는 "몸은 뛰지 못하지만, 선수랑 같이 현장에서 생생한 감정을 같이 느낀다. 순간순간 판단할 때마다 선수 시절에 느낀 긴장감의 10배 이상을 느낀다. 내가 팔을 한번 돌리고 말고에 승패가 좌우되니까. 그런 쫄깃한 감정이 있는데 어렵다. 내 판단으로 선수가 아웃되면 부담은 느끼는데, 강 감독님께서는 그런 걸로는 아무 말도 안 하신다. 그래도 실수하면 감독님 쪽을 안 보고 들어가게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주력이 어중간한 주자가 나오고, 외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할 때 가장 긴장한다. 동점 상황에서는 수비수들이 압박 수비를 하기 때문에 0.1초 안에 결정해줘야 하는데, 그 순간의 판단이 어렵다. 모든 주루코치의 고충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코치는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빠른 발로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선수들이 더 눈도장을 찍길 기대했다. 그는 "내가 선수 생활을 힘들게 해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잘한 선수보다 2군에서 고생했던 선수들이 한번 올라와서 좋은 모습을 보일 때 이 맛에 코치하는구나 싶다. 여기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경쟁력 있게 올라와서 형들과 대등하게 붙어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 보여줘야 스프링캠프도 갈 수 있고, 시범경기를 뛰고 개막 엔트리에 들 수 있다. 그런 선수들이 많이 나오면 우리 팀이 더 경쟁력 있는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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