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장애 남긴 ‘4·3 상처’…여든에 책으로 말하다
[KBS 제주] [앵커]
제주 4·3 당시 후유 장애를 얻었지만 희생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70년 넘게 살아온 할머니가 직접 쓴 책을 냈습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유년 시절의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고 하는데요.
허지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무장대가 마을을 덮치고 동백꽃보다 붉은 피가 낭자했던 4·3의 광풍이 몰아치자, 외할아버지가 좋아하던 물허벅을 지고 더는 꼿꼿하게 설 수 없었습니다.
7살 어린 나이에 토벌대에 붙잡힌 할아버지를 찾던 중 척추를 다쳐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았던 여든한 살 강양자 할머니.
그동안 두 차례 심사와 한 차례의 행정소송에도 후유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강양자/4·3 후유 장애인 : "밖으로 보이는 이것(굽은 등)이 저는 평생 (한이었고.) 한 번의 곤두박질이 제 평생을 장애의 상처를 남겨서."]
불편한 몸, 공허한 마음을 달래러 달력 뒤에 끄적이던 글.
그렇게 모인 글 25편과 그림 17점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습니다.
제목은 '인동꽃 아이', 삶이 버거워 죽는 약을 달라던 어린아이에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을 안겨준 꽃입니다.
4·3을 온몸으로 겪었던 한평생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할머니의 바람에 후원자 90여 명이 힘을 보탰습니다.
[이제윤/'인동꽃 아이' 출판팀 : "이렇게 힘들고 했지만 여지껏 살아남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거를 다른 분들한테 보여주는 것으로써 (할머니에게) 많은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세월의 아픔을 덜고 세상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길 가족과 후원자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김동운/강양자 할머니 딸 : "출판을 계기로 세상에 한 발 나와서, 좀 더 사회와 소통하면서, 어울리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답게, 나답게, 한 여인으로, 할 줄 아는 것 한 가지쯤 있는 여자로 이 세상을 살고 싶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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