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풍경화일까… 상상으로 펼친 붓질 강렬함이 샘솟다
흰 캔버스에 작업하지 않고
형광 물감으로 바탕 칠한 후
작은 붓으로 획 긋고 또 긋고…
노동집약적인 과정으로 완성
한 번만 봐도 잊히지 않는
작가 특유의 스타일 ‘눈길’
그의 작품들은 한번 보면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잊히지 않는다. 그만큼 독창적이다. 산과 바다, 하늘이 보이는데 한국 작가가 그린 풍경화가 맞나 싶을 만큼 우리 강산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경과 거리가 멀다. 뜨거운 적도 주변 어느 사막에서 영감받은 상상의 풍경화일까 싶기도 하고, 어느 작품은 이곳이 지구이긴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우주의 풍경화같다. 다가올 우주 시대를 상상하는 예술가의 미래 풍경. 아니, 지면 위로 솟아오르는 분홍 형광 기둥들은 마치 태초에 대륙을 만든 마그마의 폭발처럼 느껴져, 과거 원시의 그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정답이건 관람객은 낯선 풍경화 속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다고 느낀다.
기자와 만난 안 작가는 “어떤 대상을 그렸다거나 어떤 내용을 전달하려는 그림이 아니다. 그림이 어떻게 자연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구성 요소들이 자기들끼리 스스로 그림이 되는 과정을 고민해서 그림들이 태어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미지(image)’와 복합소립자를 뜻하는 ‘쿼크(Quark)’를 합쳐 ‘이마쿼크’란 단어를 만들어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이마쿼크’는 이미지의 최소단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로, 자연의 미시세계의 추상적 개념을 미술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란 설명이다. ‘10억원’이라는 가벼운 말보다 10원짜리 1억개가 쌓인 모습을 상상할 때 느껴지는 압도감처럼, 이미지의 최소단위를 쌓고 쌓아서 숭고미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작가는 흰 화면 위에서는 떠오르는 생각이나 과거의 정보, 인식, 의식의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형광면을 칠해 역사로부터 단절하고 진정한 그림의 시작점을 만든다고 한다.
얼핏 지구의 자연에 없는 색, 지독히도 인공적이고 인위적 산물이란 이미지를 가진 형광색을 바르는 행위는 작가만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밑바탕의 은유로 다가온다. 형광색 자체가 가진 강한 에너지는 그 위에 수십번 더해진 붓질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그림 속에 깊이 깔려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강렬하게 인공적인, 철저하게 비자연적인 색면 위에서 빚어지는 작가의 행위는 목적의식적인 행위가 아닌 ‘스스로 그러한’ 움직임이어서 ‘자연’의 은유로 다가오는 것도 역설적이다.
그렇게 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그려진 파란 바다와 물결을 두고 작가는 “주름 덩어리”라고 하고, 녹색의 삼각산 형태를 두고는 그저 “뾰족뾰족한 애들”이라고 가리킨다. 완성된 화면을 두고는 “형광은 캔버스의 역사를 지우고, 형광면 위에서 모든 것들이 춤추듯 움직이고, 그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자연물로 되어가고 있다”고 표현한다.
11월22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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