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내주 美심사가 관건

15일 필수신고국 美심사 예정
항공업계 영향커 승인여부 주목
EU·日·中도 줄줄이 심사 대기
올해 하반기 사고 4건이 변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다음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오는 14일 영국에서 두 회사 간 기업결합 심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연합(EU) 등지에서도 공정거래당국이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그동안 양 사 합병과 관련해 필수 신고 5개국과 임의 신고 4개국 등 모두 9개국의 심사를 통과했다. 이제 남은 곳은 심사 대상 14개국 가운데 5곳이다.

임의 신고 대상국인 영국과 필수 신고 국가인 미국, EU, 중국, 일본이 남아 있다. EU와 중국, 일본은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심사 예정이라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가장 큰 관건은 이달 15일 예정된 미국 측 심사다.

물론 임의 신고국 심사도 한 군데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기업 결합은 무산된다. 임의 신고는 신고 후 허가의 개념이고 필수 신고는 법적 승인이다. 서로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두 형태 모두 심사를 통과해야 합병 후 해당 국가에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터키·대만·베트남·한국·태국 등의 필수 신고국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필리핀 등 임의 신고국 총 9개국 심사를 통과했다.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노선 독과점 문제 해소' 여부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을 통해 이들 나라 항공산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운영상 독과점으로 기업 피해를 주지 않는지 등이 가장 중요하게 심사됐다. 물론 세부 심사 기준은 각 나라가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다음주 진행될 영국과 미국의 심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국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더라도 이들이 각각 운행했던 인천~LA 노선이 한 편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기 편수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에서 두 편을 띄우는 것을 영국과 미국 측이 독과점으로 판단할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어느 항공사라도 자유롭게 영공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오픈 스카이'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업계에서는 결합 심사 통과에 큰 제약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 합병이 외국에서 거부된 사례도 있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조선 최대 시장인 EU에서 독과점 우려로 인해 부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두 항공사 결합은 그와 결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법인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조선사 합병은 유럽 측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하루 한두 편 띄우는 정도의 항공사 간 결합은 그와 다르다"며 "해당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만큼 유럽에서의 심사도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올 하반기에만 4차례 사고를 내면서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 결합심사에서는 노선 독과점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안전 문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서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