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딸 학원비라도 벌려고"…음주차량에 숨진 대리운전 '투잡' 가장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어린 두 딸의 학원비라도 벌기 위해 대리운전 '투잡'을 뛰던 4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만취 운전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교통섬에 있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험운전치사)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8일 새벽 3시30분쯤 광주 광산구 흑선사거리에서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74% 상태올 음주 운전하다 도로를 벗어나면서 보행섬에 서 있던 40대 남성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행섬과 B씨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 발부받았다.

숨진 B씨는 아내와 슬하에 초등학생 두 딸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원인 B씨는 코로나19로 생계가 힘들어지자 가족들을 부양하고 딸들의 영어·피아노 학원비라도 보태기 위해 지난해부터 야간에 대리기사로 투잡을 뛰기 시작했다.

유족들은 "낮에는 자동차 매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아침 9시가 다 돼 퇴근해도 힘든 티를 안 냈다"며 "사고 당일에도 대리운전을 나갔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평상시 식사도 한 끼 제대로 같 할 시간조차 없었는데 믿을 수 없어 가족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은 특히 "남겨진 초등학생 딸들이 엄마에게 '아직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오늘 힘드신가 보다. 언제쯤 오시냐'고 물어보는데 차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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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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