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식은 ‘연탄 온기’… ‘혹독한 겨울’ 예고 [밀착취재]

이희진 2022. 11. 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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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우리는 연탄을 쓸 수밖에 없지. LPG는 20㎏짜리 하나 사면 이틀이면 다 쓰는데 그건 8만원이여. 비싸서 못 써. 연탄 써야 돼."

최근 화훼마을에서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연탄을 날랐는데, 연탄은행은 봉사 며칠 전 자원봉사자를 긴급 모집한다고 공고를 내기도 했다.

화훼마을 주민 최화순(81)씨는 "요즘 하루에 연탄을 3장만 때고 있는데 3장으론 부족하다"며 "춥지만 어쩔 수 없이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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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지동 화훼마을 가보니
2022년 기록적 폭우로 연탄창고 침수
예년보다 후원·봉사자 대폭 줄어
하루 평균 5장 필요한데 태부족
주민 “춥지만 그래도 아껴 써야”
“아휴, 우리는 연탄을 쓸 수밖에 없지. LPG는 20㎏짜리 하나 사면 이틀이면 다 쓰는데 그건 8만원이여. 비싸서 못 써. 연탄 써야 돼.”
서울 송파구 장지동 화훼마을에 사는 한 주민이 연탄 창고에서 다 쓴 연탄을 버리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판자촌 화훼마을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송정자(63)씨는 연탄을 넣는 보일러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연탄 가격은 한 장에 800원.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한겨울을 지나 초봄까진 하루 평균 5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동장군이 찾아오는 한겨울엔 10장가량 사용한다. 총 180여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엔 29가구가 여전히 사계절 내내 연탄을 쓰고 있다.
올해는 연탄을 쓰는 이들 가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월 초 쏟아졌던 기록적인 폭우로 화훼마을도 어김없이 온 마을이 잠기고 말았다.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사람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빗물은 날씨가 추워지면 쓰려고 보관해뒀던 연탄까지 삼켜버렸다. 한 주민은 “폭우가 그친 후 군인들이 와서 이틀 내내 쓸 수 없는 연탄을 내다버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폭우로 연탄이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올해 연탄을 나르러 오는 자원봉사자와 연탄 후원금이 줄어든 것도 이들에겐 치명적이다. 연탄 판매상들이 소량은 배달을 잘 해주지 않다 보니 화훼마을 주민들은 주로 자원봉사자들이 가져다주는 연탄만으로 겨울을 나야 한다. 그러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나눔의 온정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기자가 방문한 화훼마을의 연탄창고엔 연탄이 제대로 채워져 있지 않은 곳이 많았다. 지난 8월 폭우로 창고 자체가 망가진 곳도 있었고, 연탄이 고작해야 수십 개밖에 없는 창고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하루 평균 5장의 연탄을 때면, 한 달엔 가구당 150장이 필요하다. 보통 9월 말부터 이듬해 4월까지 매일 5장을 사용하기에 적어도 1000개가 넘는 연탄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턱없이 모자란 상태다.

10일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전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8만1721가구다. 이 중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6만8816가구로 전체의 84.2%를 차지했다.
여전히 연탄을 쓰는 가구가 많지만, 올해는 연탄 후원 및 자원봉사자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20만장의 연탄이 후원됐지만 지난해엔 7만장으로 줄었고, 올해는 3만5000장에 불과하다. 자원봉사자 역시 코로나19 이전 2000여명이 모였으나 지난해엔 421명, 올해엔 25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8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화훼마을에서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연탄을 날랐는데, 연탄은행은 봉사 며칠 전 자원봉사자를 긴급 모집한다고 공고를 내기도 했다.

화훼마을 주민 최화순(81)씨는 “요즘 하루에 연탄을 3장만 때고 있는데 3장으론 부족하다”며 “춥지만 어쩔 수 없이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물난리로 지금 연탄이 한 장도 없는 가구가 여럿 있는 걸로 안다”며 “같이 나눠 쓸 걸 생각하면 집에 남아있는 연탄을 웬만한 추위엔 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연탄을 쓰는 가구들은 대부분 자력으로 연탄을 사기 어렵다”며 “경기가 안 좋아 다들 상황이 어렵겠지만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가구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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