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했다고 징역 3년?…"왜 에이즈 환자만 차별" vs "공익이 더 커"
"감염병을 막겠다는 법이 오히려 국민 모두를 감염시킨다면 정당하고 적합한 것일까요?" (제청인 측 한가람 변호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에이즈예방법으로 제한되는 감염인의 이익보다 공익이 훨씬 큽니다." (질병관리청 측 기영조 변호사, 정부법무공단)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에이즈) 전파자를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에이즈예방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공방이 치열했다.
헌재는 10일 대심판정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이즈예방법) 제19조와 제25조 제2호에 관한 위헌제청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에이즈 감염자인 A씨는 2018년 상대에게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콘돔 없이 유사 성교행위를 해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서부지법은 2019년 12월 에이즈예방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재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에이즈예방법 제19조는 에이즈 감염인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다. 같은 법 제25조 2항은 감염인이 혈액이나 체액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쟁점은 에이즈예방법이 규정한 '체액'과 '전파매개행위' 의미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는지와 감염인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등이다.
한 변호사는 "에이즈 감염자의 행동자유권, 행복추구권,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 과잉금지원칙도 위배했다"며 "감염을 막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건의료 교육과 감염인의 인권을 지키는 거다"고 말했다.
나아가 "파상풍·일본뇌염·결핵 등 감염병예방법상 치명성과 전파 가능성이 동일 수준인 제3급 감염병과 비교할 때도 에이즈예방법은 차별이 두드러진다"며 "해당 조항은 비례의 원칙을 상실해 에이즈 감염자를 차별하기에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질병관리청 측 기영조 변호사는 "체액은 정액 등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범위로 한정한다"며 "전파매개행위 또한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인정되는 행위에 한정되기에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항을 해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는 제청인 측 주장에 대해서 기 변호사는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며 "에이즈가 아직까지 완치약이 없고 2주 내지 3주간 치료받지 않으면 바이러스 농도가 검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증가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에이즈예방법 제19조는 성행위를 제외하고 감염자의 일상을 제약하지 않는다"며 "비감염인이 바이러스로 감염될 때 사회경제적 비용도 막대하기에 제한되는 감염인의 이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기 변호사는 "에이즈는 아직 완치약이 없고 사회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인데 제청인 측은 에이즈를 결핵 등과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했다"며 "질병의 특성, 완치 가능성, 국민들의 법 감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에이즈예방법이 평등원칙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측 참고인도 발언을 이어갔다.
제청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약이 없는 시기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처벌하는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지만, 약이 있는 지금 치료를 시작하면 수개월 내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며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는 (치료를 제때 받으면)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과장은 "약을 잘 먹으면 콘돔 없이 성관계해도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에이즈예방법의 불합리한 조항 때문에 감염인들의 검사를 막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헌재에 "에이즈예방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적인 행위를 징역형으로 처벌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위헌 의견을 제출했다.
헌재는 이날 들은 양측의 변론과 참고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에이즈예방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선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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