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공공인프라 클라우드화 속도 높여야

2022. 11.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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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국민 모두의 일상생활을 갑자기 중단시킨 카카오 장애 사태의 나비효과가 상당하다. 플랫폼 과의존에 빠진 우리 생활을 돌아보고 물리적 환경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과도한 몰아가기는 혁신 자체를 부인하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종국에는 민간 서비스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인 '디지털플랫폼정부' 정책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세계에 모범을 보이고자 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핵심 아이디어는 민간의 창의적 역할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독점하고 있던 데이터, 정부서비스플랫폼은 물론 정부의 기능 중 일부까지도 민간과 협업을 통해 최적화된 역할분담을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 최고수준의 인공지능기술과 데이터처리기술을 적용하고 이에 걸맞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세계 최고로 담대한 디지털 정책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민간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행정 및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도입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혁신 자체를 거부하거나 사고를 기회로 삼아 자기 논에만 물을 대는 이기적 침소봉대 전략은 곤란하다.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비약이나 확대 해석보다는 정확한 문제 진단과 합리적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민간 클라우드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퍼진다면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 기회가 싹을 틔우기도 전에 말라 죽을 수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의 국내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전략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인프라 혁신과 국내 시장의 성장 그리고 글로벌 공정경쟁이 가능한 환경 구축에 그 목표를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현상 진단이다. 우선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클라우드를 점검해 보자면, 민간 클라우드는 공공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을 통해 이미 민간 영역보다 한층 강화된 서비스 안정화 및 보안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CSAP는 공공 데이터 및 시스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관리적, 물리적, 기술적 세부 보안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하는 등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한다.

보안관리, 사고 및 장애 대응, 중요장비 이중화 및 백업체계 구축, 보안관제 제반환경 지원 등 IaaS(서비스로서 인프라)의 경우 총 117개 서면 통제항목을 준수해야 하며, 세부 기술 평가 항목들이 추가로 존재한다.

이 문제에 대해 보안인증 기준이 합리적인가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의 더 많은 디지털 인프라가 클라우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담당공무원이 스스로 소관 디지털 자원과 데이터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어떤 인프라를 선택하는 것이 해당 업무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런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공부문으로부터 시작되는 디지털 혁신은 요원하다.

해외사업자에게 공공부문을 개방하여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다. 하지만 해외사업자가 카카오사태를 기회로 삼아 국내 공공부문 클라우드에 진출하도록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우선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클라우드 환경의 기반이 되는 건물, 토지, 통신망, 시스템 등 물리적 환경의 안전성과 서비스 안정성 확보방안이지 국내외 사업자에 대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그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를 모두 해결하고 살펴도 늦지 않다.

사고가 나면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당황한 때 미래를 결정하면 안 된다. 사고는 수습이 먼저고 그 다음은 원인규명이다. 사고를 입체적으로 알게 된 후에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국민은 지혜로운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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