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용기 탑승 '불허'…"국익 중요" vs "뒤끝 작렬 소인배"

박준우 기자 2022. 11. 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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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통령실이 MBC 취재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습니다. 그간 MBC가 편파·왜곡 보도로 국익에 반하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인데요. MBC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야권과 언론단체도 언론 탄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는데요. 오늘(10일) 국회에서도 여야 공방이 뜨거웠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웃기고 있네' 필담 논란, 이틀 전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현장에서 불거졌죠.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엄중한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필담에 곧바로 운영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이수진/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8일) : 이 자리가 무슨 자립니까?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한테 정부의 책임을 들어보는 건데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습니까!]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8일) : 이건 진짜 국회 모독입니다. 그동안 '이 XX들'이라고 대통령이 얘기를 해도 저희가 사과 한마디 못 받고 여기까지 온 국회입니다.]

[김은혜/대통령실 홍보수석 (지난 8일) : 단연코 이 부분이 위원님들의 발언이나 국감 진행 상황과 관련해서 진행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강승규/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지난 8일) : 엄중한 국감장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켜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태원 참사를 논하는 와중에 대체 뭐가 그렇게 웃기냐는 비판이었는데요. 웃음으로 시작한 필담은 결국 울음으로 끝맺었습니다.

[보고싶다|김범수 : 울고 싶다 네게 무릎 꿇고 모두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면~]

[김은혜/대통령실 홍보수석 (지난 8일) : 대통령은 이어서 염 추기경을 만나 염수정 추기경께 '제가 국정을 맡고 나서 이런 일, 즉 이태원 참사가 벌어져 참담하다'며 축제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축제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부모님들의 심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브리핑 도중 눈물을 보인 김 수석, 브리핑 말미에 다시 한 번 사과의 뜻을 전했는데요. 다만, '웃기고 있네'란 필담이 이태원 참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은혜/대통령실 홍보수석 (어제) : 마지막으로 어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부적절한 처신을 한 데 대해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제가 운영위에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반성합니다.]

김 수석의 사과에도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민주당에선 국회 모독죄로 고발해달란 요구가 빗발쳤죠.

[박영순/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김은혜 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국회 차원에서 국회모독죄로 고발해주실 것을 강력하게 요청드립니다. 두 수석의 변명은 궤변입니다. 두 수석이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한다는 것은 대통령실의 기강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방증하는 사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통령실에서 자체적으로 김은혜 수석과 강승규 수석 두 사람을 중징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윤 대통령을 탓하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두 수석의 경거망동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니까 벌어진 일이란 쓴소리인데요.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S '사사건건' / 어제) : 진짜 웃기고 있는 거예요. 저 두 분이 몇 달을 했건 몇 년을 했건, 국회의원을 다 한 번씩 하신 분들입니다. 그러면 10·29 참사로 국정감사를 하는데 거기에서 사적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이것은요, 대통령께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한테 '이 XX' 하니까 그 수석들은 '웃기고 있네' 하는 겁니다.]

사태가 진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적극 두둔에 나섰습니다. 두 수석이 국회를 모독할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는데요.

[김대기/대통령 비서실장 (어제) : {국회를 무시하고 본인들끼리 떠들어도 되는 겁니까.} 그 잠깐 일탈이 있는 것이죠. 계속 떠든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사과하고, 저도 사과하고, 다 사과하고 그다음에 퇴장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더 이상 뭘 하란 말입니까.]

아무리 여당이어도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갈 순 없었나 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란 지적이 나왔는데요.

[이재오/국민의힘 상임고문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 / 어제) : 이거는, 그거는 뭐 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이 그건 아주 경망스러운 짓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실에서 수석으로 있으니까 이태원 참사 같은 게 나는 거예요.]

한때 친윤계였던 안철수 의원도 윤 대통령에게 간언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두 수석에게 따끔하게 주의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는데요.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그건 정말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나마 저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대로 거기에 대해서 대처를 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그래도 대통령께서 부르셔서 따끔하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된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다만, 친윤계의 기류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두 수석을 퇴장시킨 건 과했다는 불만도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9년 청와대 국정감사때 벌어진 '국회 모욕' 사건에 비하면 이번 건은 애교라는 겁니다.

[나경원/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 그렇게 우기시지 말고요. 우기시지 말고, 제발…]

[정의용/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의원님 그럼 제가 우리 안보가 불안하다고 말슴을 드려야 되겠습니까]

[강기정/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 아니 답변을 요구해놓고 우기다가 뭐예요!]

[강기정 수석!]

[우기다니가 뭐예요! 우기다가!]

[정양석/당시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 정무수석이 존재감을 한 번 보이겠다는 거야? 건방지기 짝이 없어]

[말씀 조심하세요!]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과 정의용 안보실장의 질의응답 도중 강기정 정무수석이 껴들었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든 책자를 흔들며 고성을 질렀는데요. 결국 운영위는 파행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운영위원장이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강 수석을 퇴장시키지 않았습니다. 친윤계는 이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번 주호영 원내대표의 퇴장 지시는 지나쳤다는 아쉬움을 표한 건데요. 친윤계의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요? 윤 대통령도 김 수석을 감쌌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 요새 뭐 국회 출석한 정부 위원들과 관련해가지고 많은 일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뭐 종합적으로 다 좀 이해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김은혜 수석은 감쌌지만 김 수석의 친정인 MBC는 두고 보기 어려웠나 봅니다. 동남아 순방 출국을 이틀 앞둔 어제, MBC 출입 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는데요.

[용산 집무실 출근길 :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이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기자 여러분께도 이런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주시면 되겠습니다.]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국민의 외교·안보 분야 이익을 위해 국가가 제공한 편의라는 설명이죠. 하지만 MBC는 국익을 위한 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의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인데요. 대통령실,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사적 발언 보도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듯합니다.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현지시간 9월 21일) :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김은혜/대통령실 홍보수석 (현지시간 9월 22일) : 다시 한번 들어봐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바이든' VS '날리면'의 서막을 열었던 장면입니다. 유튜브로 가장 먼저 해당 발언을 공개한 MBC는 자막에 '바이든'이라 표기하면서 정부·여당의 반발을 샀는데요.

[MBC는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권성동/국민의힘 의원 (9월 28일) : 단순한 해프닝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여 정권을 흔들어보려는 속셈입니다. 제2의 광우병 선동입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MBC 측에 해당 보도가 나간 경위를 설명해달라며 공문까지 보냈었죠. MBC는 이에 유감을 표했는데요. 양측의 갈등은 이렇게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이번 전용기 탑승 제외로 2라운드가 벌어진 셈입니다. MBC는 "이번 조치는 언론의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대체 항공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현장에서 취재 활동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도 이번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언론사의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건 다른 언론사에 대한 유사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정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내 언론인 출신 인사들은 대통령실에 힘을 실었습니다. 신문기자 출신인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언론 통제가 아니라며 과거 노무현 정부 사례를 거론했죠.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언론 통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자들, 언론인에게도 책임의식이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는 기자실을 대못질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게 언론탄압이고 통제인 거예요.]

원래 친정에 더 엄격한 법일까요?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의원도 MBC 때리기에 가담했는데요. 전용기만 못 탈 뿐 취재를 불허한 건 아니라면서 "언론 통제라고 하기엔 MBC도 궁색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배 의원은 MBC가 그간 왜곡·편파 방송을 시정해달란 요구를 묵살해왔다고 지적했는데요. "자산이 많은 부자 회사이니 취재진들이 편안하게 민항기를 타고 순방 취재를 다녀오도록 지원할 것이라 믿는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여당의 이런 태도에 야권과 언론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는데요.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자신이 비속어를 내뱉어 평지풍파를 일으켰으면서도 반성은커녕 순방 전용기에 보도 언론사의 탑승을 치졸하게 불허하는 '뒤끝 작렬' 소인배 같은 보복 행위마저 이어갑니다.]

정의당에선 윤 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2020년 4월 24일) : CNN의 보도는 가짜뉴스입니다. 됐어요. 그만하세요. 거기 계속하세요. CNN은 안 돼요. 다시 말하지만 CNN은 가짜뉴스예요. 말 걸지 마세요. 거기 질문하세요.]

[위선희/정의당 대변인 :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CNN 보도에 불만이 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을 불허했던 것과 똑같습니다. 아무리 미국이 좋다고 해도 그 옹졸함의 그릇마저 닮아서는 곤란합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계 5개 단체는 오늘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요.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언론단체는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취재비용은 각 언론사가 자비로 부담한다"고 설명했는데요.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사유재산 이용에 혜택을 주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자, 오늘은 김은혜 수석과 MBC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드렸는데요. 두 사안 모두 여당 내에서도 못마땅하다는 여론이 있죠.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국민들한테 전달되는 메시지는 '아니, 자기들 보복하는 것 같네? 저래도 돼? 유치한 거 아니야?' 그래서 이제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한다, 이런 원칙들을 자꾸 좀 해 나가야지, 그게 정리 안 돼 있으면 좀 아무튼 모양새가 좀 빠진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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