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 감염인이 콘돔 없이 성적접촉하면 처벌받아야 하나···헌재 공개변론

박용필 기자 2022. 11. 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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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대심판정

AIDS(후천성면역결필증) 감염인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적접촉을 하면 형사처벌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19조와 25조 2호의 위헌 여부를 두고 10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특정 질병 감염인들을 차별하고, 감염예방을 오히려 저해하는 조항’이라는 피고인 측과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의 특성과 비감염자들의 보호를 위해 아직은 필요한 조항’이라는 질병관리청의 입장이 맞섰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상대에게 AIDS 감염 사실을 숨기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채 성적 접촉을 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제청했다. 심판 대상 조항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형 없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실상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타인과 성적 접촉을 한 AIDS 감염인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피고인 측은 해당 조항이 감염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감염예방을 오히려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하는 등 꾸준히 치료를 받을 경우 타인을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게 의학계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고 했다. 또 감염인들을 잠재적 질병전파자로 취급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감염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일상생활에서의 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했다. 감염사실이 드러날까봐 검사를 기피하게 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측은 치료를 꾸준히 받던 감염인도 약 복용을 중단하면 2~3주 내에 다시 전파력이 생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직 국민들은 AIDS에 대해 큰 공포와 우려를 갖고 있어 비감염인이 감염될 경우 피해가 심각하다는 논리도 폈다. 또 콘돔 등 예방조치를 할 경우 성적접촉도 가능하고, 대인관계의 제약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 규정의 명확성 여부도 쟁점이었다. 피고인 측은 법문의 ‘체액’, ‘전파매개행위’라는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자의적 해석이나 광범위한 처벌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침이나 땀을 타인에게 튀게 한 행위도 처벌한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측은 ‘체액’은 전파가능성이 있는 정액과 모유 등으로 한정하고, ‘전파매개행위’란 병을 실제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해 해석한다고 반박했다.

다른 질병과의 차별인지 여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피고인 측은 특별법을 통해 전파매개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질병은 AIDS 외엔 결핵 정도라고 했다. 이어 결핵의 경우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AIDS는 벌금형 없는 징역형만 규정해 평등의 원칙과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악의적 전파 행위는 형법을 통해서도 처벌할 수 있으니 이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질병관리청측은 AIDS에 감염될 경우 증상이 발현될 때까지 10여년이 걸려 형법으로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또 특성과 완치 가능성, 파급력 등이 다른 두 질병의 처벌 조항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3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가 가능한 만큼 과잉처벌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피고인 측에 “(처벌하지 않으면) 평생 치료받아야 할 반려자를 꺼릴까봐 감염인들이 상대에게 감염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더 늘 거라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피고인 측은 “편견과 차별이 감염사실을 숨기게 하고, 그래서 차별적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판관들은 질병관리청 측에는 “단순 애무 행위도 유죄 판결이 난 사례가 있는데 전파가능성이 없는데도 처벌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질병관리청 측은 “그 경우는 무죄 판결이 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규정 자체가 아닌 재판의 문제”라며 “판례가 쌓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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