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면접인데 ‘대기업 나왔다더라’

부산시교육청 임용시험 면접 청탁 사건
두 번째 공판기일 10일 열러 증인 참석

지난해 부산시교육청 시설직 임용시험에서 청탁을 받고 특정 응시자의 합격을 유도한 면접위원 사건과 관련해 응시자의 인적사항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부산시교육청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지법 형사10단독 김병진 부장판사는 10일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시교육청 A 사무관 사건의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A 사무관은 지난해 7월 열린 시교육청 특성화고생 대상 건축 공무원 경력경쟁임용시험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특정 면접자의 합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교육지원청장을 지낸 B 씨는 자신의 사위가 채용 필기시험에 합격하자 부하 직원이었던 C 시설계장에게 ‘최종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넣었다. 이에 C 계장은 시교육청 시설과 직원 D 씨에게 ‘면접관을 알아보고 합격을 도와달라’고 재차 청탁했다. D 씨는 A 사무관에게 B 씨 사위의 인적 사항을 건넸고, A 사무관은 청탁을 수락한 후 C 계장에게 전화를 걸어 면접 예상 문제를 넘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번 공판기일에는 또 다른 면접위원 F 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F 씨는 B 씨의 사위 면접 종료 후 쉬는 시간에 A 사무관이 ‘두 사람 정도가 괜찮은 것 같다. 한 명은 대기업을 나와서 뽑으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시험은 블라인드 시험이어서 면접자의 경력을 알 수 없다. A 사무관이 면접자의 인적사항 알고 있던 정황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면접 가이드라인에 의해 금지된 가평점이 사건 당시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추후 점수가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면접관들은 면접 직후 플러스펜으로 면접자를 곧바로 평가해야 하지만 연필로 먼저 가평점을 한 뒤 추후 플러스펜으로 하는 것을 가평점으로 일컫는다. F 씨는 과거에도 면접관으로 참여해 연필로 가평점이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앞선 면접자의 평가가 추후 면접에 나선 이들과 비교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것으로 보인다. 가드라인에 따르면 가평점은 불가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A 사무관은 면접 전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가평점을 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