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제한 아냐" 대통령실 입장에 출입기자들 비판 쇄도
대통령실 관계자 질의응답, MBC 취재제한 조치에 대한 질문 잇따라
서울외신기자클럽 "'왜곡' 간주한 보도 이유로 제한, 언론 자유 우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실이 해외순방을 떠나는 대통령 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 불허'를 통보하면서 “취재 편의를 일부분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해 뭇매를 맞고 있다. 10일 오후 출입기자들을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를 향해 MBC 배제조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외신 매체들도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 취재진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를 두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취재 편의'를 일부분 제공하지 않는 것이지, 취재 제한은 전혀 아니라는 말씀”이라면서 “취재와 관련해 어떠한 제한도 저희가 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여러 국가나 도시를 이동하는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외부 민항기를 이용해 취재하기에 빠듯한 일정이 많다. 기내에서 대통령이나 주요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용기에 어떤 인사들이 탑승해 무엇을 논의하는지 등이 모두 취재 대상이다. 이에 '(전용기 탑승 배제가) 사실상 취재제한에 준하는 효과를 보는 것 아닌가, 전용기가 국민의 세금으로 이용되는 건데 어떤 기준에 근거해 못 타게 하는 건가'라는 출입기자의 지적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이 MBC에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하면서 제시한 근거들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9일 대통령실은 MBC 출입기자에게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주장하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는 지난 9월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뉴욕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했던 발언 보도를 의미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존 일정을 바꾸며 해당 행사에 참석했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1분에 못 미치는 인사를 나눴다. 이후 행사장을 빠져나가던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장면이 포착됐다. 주요 언론은 이 발언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문제의 발언 중 '바이든'은 '날리면'이고, '이XX들'은 '한국 국회'라 했다가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질의응답에서는 'MBC 뿐 아니라 대부분 매체가 바이든을 자막으로 표기했다. 다른 매체에도 비슷한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 게 아닌가. MBC 취재진이 전용기에 탑승하면 어떤 국익이 침해되는 건가'라는 비판성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는 전문가들도 확인하기 어려운 음성을 자막으로 가장 먼저 기정사실화했다. MBC 특파원은 '왜곡'된 보도를 재인용한 외신에 '윤 대통령이 미 의회를 향해서 f로 시작되는 욕설을 했다'는 것에 대한 반응을 묻는다”며 “이 모든 절차는 취재윤리와 상반된, 명백하게 국익을 훼손한 국익의 각축장인 순방외교의 성과를 훼손하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세금을 들여 전용기를 띄우고 순방 가는 건 국익을 지켜달라는 국민의 요청을 받아 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이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을 MBC 배제 사유로 거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는 지난달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 의혹을 다룬 MBC 'PD수첩'이 김 여사와 닮은 배우가 걸어가는 장면에 '재연' 자막을 넣지 않았다가, 뒤늦게 추가한 일을 말한다.
'이 부분이 국익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고 방송하는 것은 공영방송 취재윤리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MBC가 스스로 사과하고 재편집을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주장처럼 MBC 보도가 '가짜뉴스'라서 문제라면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거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는 대통령실에서 직접 한 적은 없다. 제가 알기로는 외교부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짜뉴스'가 만연하면 오히려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이 공격받고 위협 받는다. 그래서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가짜뉴스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퇴출시키려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의 답변은 대다수의 출입기자를 설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출입기자는 관련 질의응답이 끝난 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대화방에 “(대통령기 전용기 탑승 등에 대해)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사실 관계가 맞느냐”며 “국민 세금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순방 일정에 쓰이는 것이고, 취재진 비용은 각 언론사가 부담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MBC를 비롯해 주요 지상파·종편 방송사, 일간지, 인터넷매체 등이 포함된 대통령실 중앙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은 이날 특별총회 결과 “사실상 특정 언론사의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건 다른 언론사에 대한 유사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경계하면서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상취재 거부(보이콧)는 논의 끝에 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한편 해외 매체에서도 이번 사태가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대통령 해외 순방 기자단의 일원으로 MBC 소속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이 불허된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왜곡'으로 간주한 보도를 이유로 해당 매체에 제한조치를 내린 것은 내외신 모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사회는 추후 사태의 전개를 지켜볼 것이며, 언론 보도의 논조나 성격에 관계없이 모든 미디어에 동일한 접근 원칙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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