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방류 돌고래 실종사건…‘행방불명’ 비봉이 26일째 소식 끊겨 “어딨는 거니?”
이어서 ET콕입니다.
소고기와 미역으로 우려 낸 깊은 감칠맛, 아이를 낳고 나서 먹는 미역국은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축복의 음식이나 다름없습니다.
미역국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8세기 초 당나라 '초학기'에는 뜻밖의 기록이 나옵니다.
'고래가 새끼를 낳은 후 미역을 뜯어 먹어 출산의 상처를 낫게 하는 걸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 고래의 모성애는 인간 못지 않다고 하는데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제주에서도 각별한 모성애의 주인공 남방큰돌고래가 목격됐습니다.
어미 돌고래가 이미 숨이 끊어진 새끼 돌고래를 며칠 째 업고 다니며 '숨 좀 쉬어 보라'는 듯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애처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렇듯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때론 잔잔한, 때론 묵직한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져왔습니다.
지난달 16일 수족관에서 바다로 돌아간 '비봉이'도 그랬습니다.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장장 17년을 수족관 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다 어렵사리 제주 고향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비봉이가 지금 26일째 감감무소식입니다.
등지느러미에 위성추적장치를 달고 있는데 단 한 차례의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카메라와 선박을 이용한 모니터링에서도 비봉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2013년부터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태산이, 복순이가 방사 후 닷새 즈음 최초 확인이 이뤄진 것에 비하면, 무소식이 희소식일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비봉이는 2005년 인간이 친 그물에 걸려 발견됐습니다.
당시 대략 서너 살로 추정됐으니, 지금은 스물 세살 정도 됐을 겁니다.
너무 어릴 때 잡혀와 수족관 생활만 한 까닭에 행여나 야생 적응에 실패한 건 아닌지, 비봉이의 생사 여부를 놓고 이런 저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폐사로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물론 있습니다.
GPS 신호가 제대로 잡히려면 비봉이가 수면 밖에 있을 때 인공위성이 지나가야 하는데 이 시점이 잘 맞지 않았을 가능성, 또는 기계적 결함 때문이거나, 비봉이의 지느러미에 부착한 장치가 떨어져 나갔을 가능성 등 희망을 가질 근거들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의 야생에서의 수명은 40년 정도.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 돌고래는 사람에게도 잘 다가옵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인간이 친 그물에 걸려 수족관에 보내지곤 했습니다.
음파로 지형지물을 알아채는 돌고래에게 음파가 벽에 부딪혀 계속 반사되는 좁은 수조는 생지옥이나 다름 없습니다.
비봉이도 종종 사육사의 손짓을 거부하며 이상 행동을 보였습니다.
["다시 한 번, 비봉이!"]
한때 수족관의 유일한 동료였던 복순이가 방사 후 자취를 감췄다 '새끼'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비봉이도 다시금 수면 위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한번 야생에서 잡아온 생물을 다시 야생으로 되돌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점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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