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광풍 휩쓸린 7세 소녀, 70여 년 만에 세상과 '소통'

오영재 기자 2022. 11. 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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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전 제주4·3 광풍에 휩쓸린 7살 소녀가 평생을 후유장애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오다 80세 할머니가 돼 시와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인동꽃 아이'는 강 할머니가 어린 시절 풍경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과 제주4·3 당시 느꼈던 아픔을 시로 표현한 책이다.

기념회를 마친 강 할머니 이날 제주4·3트라우마센터 아트윌에서 그림 작품 전시 '세상을 만나고 나를 만나고' 개막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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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4·3유족 강양자 할머니 '인동꽃아이' 출판·작품 전시
4·3 후유증으로 평생 척추장애…"진정한 내 자신 만나"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4·3 유족인 강양자 할머니(80)가 1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제주출장소 인권교육센터에서 그림책 '인동꽃아이' 출판기념회를 하고 있다. 2022.11.10. oyj434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70여년 전 제주4·3 광풍에 휩쓸린 7살 소녀가 평생을 후유장애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오다 80세 할머니가 돼 시와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인동꽃아이 출판 프로젝트'는 1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제주출장소 인권교육센터에서 4·3유족 강양자(80) 할머니의 그림책 '인동꽃아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인동꽃 아이'는 강 할머니가 어린 시절 풍경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과 제주4·3 당시 느꼈던 아픔을 시로 표현한 책이다.

4·3의 광풍이 몰아치던 1948년 당시 7살 소녀였던 강 할머니는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소재 외갓집에서 무장대에 의해 자신을 돌봐주던 외가 식구들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강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찾으러 다니던 중 부상을 당해 평생 척추장애를 안고 살아왔다. 강 할머니가 7살이던 때부터다.

강 할머니는 4·3 생존 희생자로 인정받기 위해 후유장애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호적상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다르고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9년 4월 4·3연구소 주최로 열린 증언본풀이 마당에서 자신의 심경과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강 할머니는 이날 기념회에서 "이제야 내 모습, 내 자신을 만나게 돼서 기쁘다"며 "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도움을 주신 선생님, 후원을 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과 법원에서 내가 아픈 것을 어떻게 해주지 않아서 분하고 억울했었다"며 "그 이후 내가 아픈 것은 스스로 치유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강 할머니는 "그러면서 나무도 심고, 풀도 심고 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진정한 내 자신을 만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4·3 유족인 강양자 할머니(80)가 10일 오후 제주4·3트라우마센터 아트윌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2.11.10. oyj4343@newsis.com

출판 프로젝트에 따르면 강 할머니의 인동꽃아이 책 출판을 위해 전국 각지 91명의 사람들이 400여 만원을 후원했다.

기념회를 마친 강 할머니 이날 제주4·3트라우마센터 아트윌에서 그림 작품 전시 '세상을 만나고 나를 만나고' 개막식을 가졌다.

개막식에서는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제주4·3연구소 허영선 소장 등 제주4·3 단체장들이 참여해 강 할머니를 위로하고 작품 전시회를 응원했다.

이날 전시회에서 강 할머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떨린다"고 말하며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전시회에는 강 할머니가 어린 시절의 풍경과 삶에 대한 기록을 담은 글·그림 21점이 전시됐다.

특히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유수암 소달구지'를 가리키며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가 하면 무장대가 집에 불을 지르고 간 기억을 토대로 그린 '무장대 다녀간 마을'을 통해 당시의 아픔을 전했다.

강 할머니의 그림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oyj434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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