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풀어도 그림의 떡"···집주인도·무주택자도 '한숨'

박성호 기자 2022. 11. 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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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부동산 대책···금리인상기 대출 완화 통할까
거래절벽→미분양→부동산 돈맥경화 고리 끊겠다지만
대출금리 부담 더 커 LTV풀어도 '빚내 내집마련' 의문
"이자비용 줄여줄 부동산 세제 완화 함께 추진해야 약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복현(왼쪽부터) 금융감독원장, 추 경제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금융 당국이 애초 내년 초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 정상화 방안을 한 달 앞당겨 서둘러 시행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거래가 끊기고 신규 아파트의 미분양이 더 쌓이게 될 경우 건설·부동산 업계의 ‘돈맥경화’가 전체 금융 시스템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무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로 일괄 적용하고 대출 한도도 6억 원으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다음 달부터 허용하기로 했으며 서민·실수요자가 규제지역 안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LTV 우대 폭을 20%포인트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금융위가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것과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시행 시기가 한 달 이상 앞당겨졌다. 당시 금융위는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세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은행업 감독 규정’ 개정 등을 거쳐 내년 초 시행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은 금융 당국이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 분야에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이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유지돼온 부동산 대출 규제를 정상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관리보다 경착륙 우려마저 나오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안정화되고 있고 금리 상승 등으로 추가 불안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어 대출 규제 정상화 속도를 당초 계획보다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경제에서 부동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며 “부동산 시장이 잘못될 경우 그 여파가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으니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일단 주택 매수심리가 악화된 상황이지만 주택 구매 의사가 있을 경우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북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올해 9월 기준 9억 4160만 원 정도다. 강남 지역은 13억 1860만 원, 수도권 7억 3990만 원, 6대 광역시는 3억 8570만 원이다. 규제지역 내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의 LTV를 50%로 일괄 적용하고 대출 한도도 6억 원까지 확대할 경우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의 절반을 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 침체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출금리가 올해 말 최고 연 9%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선뜻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라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7억 3000만 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때 LTV 50%를 적용하면 대출 가능 금액은 3억 6500만 원이다. 연이율 9%, 만기 30년을 가정하면 DSR 규제 때문에 연소득 8800만 원 이상인 가구만 한도(3억 65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3인 가구 기준 우리나라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624만 원, 연간으로 7489만 원임을 고려하면 상당수 가구는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고 하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고소득자만 유리할 수도 있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조여놨던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매수심리가 악화되고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실제로 수요자들이 집 구매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도 “금리가 너무 높아 이자 비용을 감당하면서 집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이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부동산 세제 완화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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