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민운동사의 새 장을 연 '함평고구마 피해보상투쟁' 책으로 나왔다

조영석 기자 2022. 11. 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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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민운동사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아온 '함평고구마 사건'의 전모를 집대성한 책이 출간됐다.

고구마 수매를 둘러싸고 농협의 수매 불이행과 책임회피, 그에 대한 농민들의 피해보상 요구, 투쟁의 집중화(전국화) 등으로 전개돼 마침내 농협의 굴복과 보상을 얻어낸 사건이다.

하지만 함평고구마 사건의 농민들은 정부의 협상을 거부하고 '직접 피해보상'을 받고 사과를 받겠다며 끝까지 투쟁해 농협의 잘못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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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윤수종 교수, "왜 하필 함평에서…"탐구
'함평고구마 피해보상투쟁' 표지(도서출판 심미안 제공)/뉴스1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한국농민운동사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아온 '함평고구마 사건'의 전모를 집대성한 책이 출간됐다.

'함평고구마 피해보상투쟁'이라는 제목으로 전남대 윤수종 교수(사회학과)가 집필, 도서출판 심미안에서 발행했다.

기존에 정립된 '기도회―단식투쟁―보상'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평면적 과정을 넘어 투쟁의 정체와 확산의 과정을 역동적으로 조감하고 있다.

57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왜 하필 함평에서 이 사건이 일어났는가'를 탐구한 것이 특징이다.

함평고구마 사건은 1970년대 대표적인 농민운동으로 1976년 발생, 2년여 동안 진행됐다.

고구마 수매를 둘러싸고 농협의 수매 불이행과 책임회피, 그에 대한 농민들의 피해보상 요구, 투쟁의 집중화(전국화) 등으로 전개돼 마침내 농협의 굴복과 보상을 얻어낸 사건이다.

당시의 여러 피해보상운동은 보상을 받거나 다른 대책을 마련해 주면 거기서 투쟁을 끝내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함평고구마 사건의 농민들은 정부의 협상을 거부하고 '직접 피해보상'을 받고 사과를 받겠다며 끝까지 투쟁해 농협의 잘못을 밝혀냈다.

기도회와 단식투쟁 등을 통해 권력의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 농민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자는 함평고구마 사건의 자료를 망라하고 관계자 3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이 사건은 가톨릭농민회의 지도 아래 일관되게 진행된 투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전개 과정을 들여다보면 현장 농민들과 '가톨릭농민회'(본부와 연합회), 농협과 경찰 및 정보기관의 길항 관계 속에서 투쟁이 전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농민들의 불만 제기 그리고 항의와 저항에 대해 정부(당국, 경찰, 농협)의 대응과 압박이 있었고, 그에 따라 운동의 분열(타협)과 정체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위조직 및 외부세력이 활력을 불어넣고 저항에 합류하면서 당국(경찰과 농협)과 농민들 간에 타협(협상)이 이루어지고 제기된 문제가 일단락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 책은 이러한 전개 과정을 서술하면서 국가권력과 종교계, 종교와 농민운동가, 농민운동가와 일반 농민 등이 때로는 통일된 입장을, 때로는 갈등적 입장을 지니고 투쟁에 참여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이 사건이 왜 함평에서 발생했으며, 보통 피해보상투쟁이 택하는 달콤한 협상안에 굴복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직접 피해보상'을 받아낼 수 있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인 윤 교수는 오랜 기간 자율사상에 대한 번역과 소수자 문제, 성과 욕망에 관해 천착해 왔다.

'자유의 공간을 찾아서'와 '욕망과 혁명', '자율운동과 주거공동체' '농촌사회제도연구', '해남수세투쟁', '다르게 사는 사람들', '우리 시대의 소수자운동'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펴냈다.

오는 17일 함평군 대동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출판기념식이 열린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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