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발사, 쏟아지는 기사, 반복되는 문제
[비평] 북한의 도발에 현저히 나뉘는진보·보수 언론 논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북한이 동·서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북한은 지난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영해 근처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이날 하루에 동·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25발 가량이다. 우리 군은 북 도발에 대응해 공대지 미사일 3발을 NLL 북쪽 해상으로 발사했다.
발사 직후 언론은 일제히 북한의 도발을 보도했다. 미사일 발사 소식을 속보로 보도하고, 북한의 현재 의중과 한국의 대응을 보도하는 기사가 주를 이뤘다. 대다수 언론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과정과 경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입장 등 한국의 대응에 대한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현저히 달랐던 진보·보수 매체의 사설
다만, 사설에서는 보수매체와 진보매체의 입장이 명확히 나뉘었다. 진보매체는 현 상황이 강 대 강으로 흐르며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반면, 보수매체는 북한의 도발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철저한 응징으로 대응해야한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도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3일 사설에서 “남북이 강 대 강 대결 자세를 보이면서 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군사적 충돌은 남북 모두에 재앙”이라며 “북한은 도발적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 정부와 군당국은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도 “무엇보다도 강 대 강으로 맞서는 남북이 통제불능의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물밑 대화 등 전방위적 위기관리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한·미 간의 공조 대응태세가 더욱 더 강화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그들의 오판을 막을 수 있다”며 “곧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SCM)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확장 억제를 재확인하고 연합훈련 강화 등 행동으로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도발을 멈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군, 안보 당국은 물론 여야 정치권과 국민이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결된 모습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우리 군은 우월한 공군력의 정밀타격 능력 과시로 대응했다. 북한 도발에 굴하지 않으면서 노림수에도 말려들지 않겠다는, 단호하고 절제된 비례적 군사 조치일 것”이라며 “다만 협박과 과시를 넘어선 영토 농락에 대해선 철저한 응징 조치로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와 결전의 자세를 다져야 할 때”라고 했다. 4일 사설에서도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 확장억제력을 본격 가동해 김정은 정권을 탈진시켜야 한다”고 했다.
3일(현지시간)에는 한·미 국방장관이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나토식 핵 공유 체계를 원용해 정보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기획, 공동실행 등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성명에는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구까지 담겼다. 한미 공군은 4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비질런트 스톰' 훈련기간을 연장했다. 그에 북한도 이날 하루 180여개의 전투기 항적을 보이며 맞대응했다.
언론의 입장은 다시 나뉘었다. 진보매체는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우려했지만, 보수매체는 바람직한 조치이며 더 세게 대응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경향신문은 4일 사설에서 “북핵 위기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자칫 이런 조치가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양쪽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가 겹치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조성되면서 우발적 충돌 위험이 높아졌다. 상황관리와 함께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7일 사설에서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과 한·미 확장억제 강화가 강 대 강으로 맞서면서 위태로운 '긴장의 상시화'가 우려된다”며 “한·미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응책은 불가피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강 대 강으로 대결할수록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우발적 충돌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을 신중하게 관리하면서 장기적으로 복합적 전략과 외교를 펼쳐갈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5일 사설에서 “이번 합의는 전술핵을 직접 배치하지는 않되 확장억제 협력체계를 촘촘히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 미국 전략자산 전개를 위한 한국 발언권도 제도화됐다. 김정은은 이쯤에서 무모한 핵게임을 멈출 때다. 한미도 전략자산 적시 전개의 실행력으로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국회 국방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규탄 및 중단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당연하지만 박수받을 일”이라며 “결의안은 북한의 도발을 “9·19 군사합의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도발을 지속하면 국제적 고립과 자멸을 초래해 김정은 정권의 생존도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도 담았다“고 했다. 아울러 ”한쪽에선 “일본, 미국 그 누구의 개입 없이 우리 스스로 평화를 뺏기지 않아야 한다”며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도 있는 게 현실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대북정책의 분명한 목표에 대한 보도 필요해
언론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기 다르다. 시각이 다르면, 제시하는 해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남북관계'는 국민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 그만큼 언론의 보도는 중요하다. 분단구조에서 오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의식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감정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거나 정치적 입장을 포함하면 더욱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나 통일 관련 보도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적 입장을 주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며 “북한 통일 이슈를 국내적 정치 지형으로 연결시키지 말고 디테일한 팩트 자체를 중심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년차 북한전문 A기자는 “적대의식이 존재하다보니 상대방에게 힘으로 윽박지르는 것 외의 제2의 다른 수단에 대해서는 모두 유화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판단하려고 하는 것들이 우리 속에 있다. 대화는 마치 유화적인 조치, 상대방이 무서워서 하는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기자로서 기사를 쓰면서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장에 앞서 대북정책의 분명한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보도가 중요하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30년차 북한전문 B기자는 “남북관계 정책의 방향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수매체에서 더 대응해야한다고 쓰려면, 왜 더 강하게 대응해야하는지, 대응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그 이유와 함께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교수도 “실제로 북한에 강 대 강으로 대응을 하게된다면, 어떤 문제가 있고, 경제적으로는 실제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실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부터 검토해야하는데 그건 유리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게하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입장은 다를 수 있어도, 가장 첫 번째로 지켜야할 가치가 '평화'임은 분명하다. 북한의 행위에 대해 힘의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더라도, 그 외에 외교, 대화와 같은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해 평화를 지키기 위한 고민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힘도 결국은 평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A기자는 “늘 염두해둬야 하는 것은 '어떻게하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라며 “평화가 깨지면 그 어떤 것도 남지 않는다. 과연 이 방법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한 고민, 결국은 평화로운 상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뭐가됐든 최소한의 우발적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들이 중요하다”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거라면 힘 외에 다른 방법도 늘 염두에 두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교, 대화가 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B기자도 “분단국가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안보이며, 안보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교와 억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야지, 외교가 없는 억지만으로 평화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대화를 요구하고,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억지력을 준비하고 끊임없이 이 두 개의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어야하고, 언론이 이 부분을 강조해줘야 한다. 대화는 하지 않고 억지력만 증가하면 목표가 평화유지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된다”고 말했다.
감정 치우지지 않고, 정확하게 북한을 읽어내려는 노력 중요해
무엇보다 '분단국가'에서 오는 적대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북한을 정확하게 읽어내려는 언론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A기자는 “우리는 기자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6·25 전쟁 속에서 적으로, 분단의 과정 속에서 늘 상대방으로 존재해왔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감정이 있다. 철저히 이성적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적어도 언론이 보도할 때는 감정적 부분을 빼고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하고, 설명해야하고, 기사화할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 북한을 냉철히 보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기자는 “언제든 전쟁의 위험이 있는 분단국가에서는 적어도 자기가 쓰는 글이 위기를 고조시키고,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식으로 활용돼서는 안된다. 그걸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며 “기자들 개인이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의 입장을 떠나서, 긴장을 낮추고 남과 북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층적인 해설 기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B기자는 ”남북정책의 목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출입처에서 불러주는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 한미훈련이 과거에 비해서 체계적이고 강도높게 진행되는 이유, 이 훈련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지 등을 취재하고, 북한의 도발의 전후 맥락을 취재해 해설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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